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 승인 2014.06.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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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2009년 7월 18일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날.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꿈의 경기가 펼쳐졌다. 바로, 잉글랜드 7부 리그의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와 부천 FC와의 친선경기다. 당시 부천 FC는 관중 감소 등의 이유로 제주도로 연고를 이전하며 팀을 잃었던 상황에서 서포터 ‘헤르메스’를 주축으로 시민구단 창단위원회를 설립하고 운동을 벌인 끝에 2007년 11월 창단하게 됐다.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도 2005년 미국인 재벌 말콤 글레이저 가문에 인수된 뒤 상업적인 팀으로 변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자본을 출자해 만들어진 팀이다.

이처럼 비슷한 사연과 설움을 지닌 시민구단의 꿈만 같았던 그 경기가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더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경기도 경기지만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구단주인 앤디 웰시가 했던 말 때문이다. 그는 축구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게임이 진행되고 그 속에서 팬들은 응원을 한다. 하지만, 축구는 야구, 배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게임과 응원이 일심동체되는 효과가 크다. 축구장에서 응원을 하다보면 관중들과 선수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관중들의 응원이 뜨거워지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경기를 이끌어가고, 관중들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골이 터지기도 한다.

실제로 FC 서울의 하대성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지치다가도 응원을 들으면 다시 힘이 난다.”라고 했다. 반대로 우리의 응원 때문에 상대가 흔들린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열세가 예상되는 경기가 많았지만 우리나라는 붉은악마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경기력을 보인 반면 상대팀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감이 어느 정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축구경기장에서 관중들은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고 승부에 영향을 주는 능동적인 입장이 된다.

우리는 브라질 월드컵으로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기 룰도 비교적 간단하고 쉬우니 보는 것이 쉽고,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다보니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조차 길거리로 나와 모두 흥분된 마음으로 응원을 한다.

그런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알제리전에서 2-4로 완패하며 순식간에 H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16강에 진출하려면 벨기에전에서 승리를 해야 하고 최소 러시아보다 골득실이 앞서야 가능해진다.

가뜩이나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경기 결과에 많은 축구팬들이 실망해버렸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지각하기를 기대(expectation)하는 것만 지각하고,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고 하고, 듣고자 하는 것만 들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일어나면 적개심을 일으키거나 대체로 부정하려 한다.

그렇다고 마냥 부정하고 있을 순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요구(demand)한다. 요구하는 것이 상대의 마음과 일치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16강 진출이라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같은 염원을 가지고 남아있는 벨기에전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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