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의 차분한 취임 준비
당선자의 차분한 취임 준비
  • 승인 2014.06.24 18: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지방자치연구
소장·수필가
6·4 지방선거만큼 단체장이나 교육감의 행태가 두드러지게 부각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당선자 가운데 대선을 꿈꾸는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장을 거쳐야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등식이 깨어질 전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시·도지사 등 당선자의 정치적 발걸음이 분주하다. 차분하게 취임을 준비하기보다 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새출발위원회 등등의 거창한 이름으로 사무인수 조직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인수위원회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업무의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도지사·교육감 심지어 기초단체장까지 인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홍보하는 일이 과연 온당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자치단체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부여된 한정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광역자치단체는 국가와 기초단체의 중간에서 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할 일이 많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교육감 역시 교육·과학·기술·체육·학예 등 큰 변화가 없는 상시적 기능이 대부분이다. 새로 당선된 시장·도지사·교육감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흉내 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인수위 설치 규정이 아예 없다. 희한하게도 교육감에 대해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50조의2에 그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뭔가 법적 아귀가 맞지 않는다. 단체장과 교육감이 인수위원회에 집착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 야망이자 자기 PR을 위해서다. 표를 준 투표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을지 심히 저어된다.

그들이 구성하는 위원회의 규모도 가지각색이다. 공동 위원장을 둔 곳도 있고 분과위원, 자문위원등 위원이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이 되는 기관도 있다.

인수라는 용어는 전임자가 인계하는 사무를 받는 다는 의미다. 사무의 인수인계 과정에는 기관의 주요사업, 예산현황, 계속사업 등등 해당 조직의 전반적인 내용이 소상하게 포함된다. 사무 인수권자인 단체장·교육감은 해당기관의 사무를 파악한 뒤 그에 수반하여 선거공약을 곁들인 계획을 하면 된다.

우리는 당선자가 조용히 사무를 인수·인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위원회 운영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어느 교육감은 전교조 등 대부분 진보 진영 인사들로 교육감 직 인수위원회를 꾸렸다고 한다. 통합과 소통, 개혁을 밥 먹듯 주장하는 이들이 집단주의적 아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단체장도 인수위원회를 만든다고 하고 재선 단체장도 취임 준비 기구를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낸 세금을 마구 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260개나 되는데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모양으로 인수위를 구성한다면 국력의 소모도 상당할 것이다.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그저 이름만 빌려줬을 뿐 자기 역할이 미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종 행정위원회가 기관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단체장이 취임하면 없어질 인수위원회가 무슨 일을, 또 어떤 일을 할지 궁금해 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다.

단체장등 기관장이 바뀌면 바쁜 것은 공무원들이다. 통상적으로 사무 인수·인계에 관한 서류는 공무원들이 만들어 내고 위원회는 형식적 절차만 밟는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위원이 새 정부 출범 후 요직에 등용되는 경우를 더러 봤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럴 일도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인수위원회가 논공행상의 자리가 될 처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력화를 넓히거나 조장할 수 있는 위치도 못되는데도 이름을 올리려고 애쓰는 인사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광역·기초단체장, 교육감 당선자가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전임자의 사무를 인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중앙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