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현사(賢士)들이 모두 모였구나!
여러 현사(賢士)들이 모두 모였구나!
  • 승인 2014.06.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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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늦다고 생각한 때가 최고 적당한 기회’라는 말이 있다. 삶이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이라 여겨 요즘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을 자주 가서 책을 읽는다. 도서관 이용증을 만들어 처음 도서관 열람실 복도를 지나는데 행서로 씌어진 ‘군현필지(群賢畢至)’라는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 글은 왕휘지의 ‘난정집서’에 나오는 말이다. ‘군현필지(群賢畢至) 소장함집(少長咸集)’이다. ‘여러 현사들이 모두 모이고, 젊은이 늙은이들이 다 모였구나!’의 의미로 나름대로 해석을 하여 보았다.

‘어질 현(賢)’을 처음에는 ‘여러 현사(賢士)로 해야 할까? 아니면 여러 현인(賢人)이라고 해야 할까?’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도서관 안에 있는 커다란 국어사전을 뒤져보았다.

‘현사’는 ‘어진선비’이고, ‘현인’은 ‘덕행의 뛰어남이 성인 다음가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옛날에는 학문을 닦는 사람들을 선비라고 불렀다. 그렇기 때문에 현인보다는 현사가 더 적절한 말인 것 같다.

하여튼 도서관이 ‘군현필지’라면 이곳에는 여러 현사(어진선비=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곳임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서가에 꽂힌 많은 책들은 현인과 성인들이 직접 이야기하거나 제자들이 스승의 사상이나 본받을 점을 적은 책들이 많다.

‘군현필지(群賢畢至)’라는 액자의 글씨가 도서관의 열람실 벽에 참 잘 어울리는 글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안동의 체화정을 들렸을 때, 군현필지와 비슷한 말로 ‘군성옹북(群星擁北)’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수많은 별이 북극성을 향해 무리지어 따른다는 것.’은 수많은 문사들이 모여 드는 것을 의미하리라. 문사란, 지난 날 학문으로써 입신하던 선비, 문필에 종사하는 사람, 시문에 능한 사람들을 말함이다.

옛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똑똑한 꾀돌이가 있었다. 부잣집에 양자로 택일되어 가는 날 사랑채에 들어가니 수북이 쌓인 책을 보고는 기겁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휴! 저 많은 책들을 언제나 읽지? 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글자를 모르는 척 하기로 작정을 하였단다.

그러나 양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군현필지의 서당에 가게 된 꾀돌이는 ‘동몽선습’의 동몽수지에서 독서법을 익히게 되면서 게으름은 사라지게 되었다.

옛날 서당에서는 동몽선습을 배울 때 이용촌의 독서법을 배운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는 것은 손으로 읽는 것만 못하다. 대체로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반드시 이에 따른다. 스무 번 읽어도 손으로 한 번 베끼는 효과만큼 크지 못하다.’하였다. 그래서 서당에서는 훈독을 한 다음에는 서체에 맞게 그 날 배운 내용을 붓으로 일필휘지 베껴 써 보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경전을 사경(寫經)하는 이치도 내용의 이해 효과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겠다.

우선 도서관 서가에 꽂힌 많은 책 중에서 나는 요즘 새삼스럽게 동화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래동화는 원형성을 가지고 있다. 원형성이란 보편적 상징이다. 민족이나 문화를 초월한 신화, 전설, 문학 등에서 중심 사상인 주제가 되풀이 되어 나타난다. 또 오랫동안 조상들의 경험이 모범적인 틀로 되어 있다.

그래서 대학도서관에서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와 모리스 마테롤 링크의 ‘파랑새’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프랑스어를 직접 한글로 번역하거나,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 된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는 경우엔 내용이나 의미 전달이 달라 질 수 있다.

그것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간과 공간의 시점에서 관습이 다르고 풍습이나 전통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번역방법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성인동화인데도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다. 꼭 분석이 필요하고 의미해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림을 그린 세계적인 작가로는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 ‘노틀담의 곱추’를 쓴 빅토르 위고, ‘성(城)’을 쓴 프란츠 카프카, ‘양철북’을 쓴 퀸터 그라스, ‘황금물고기’를 쓴 르 끌레지오, ‘파우스트’를 쓴 괴테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인 조병화가 15차례의 그림 개인전을 열기도 하였다.

공자도 ‘나는 나면서부터 저절로 도를 아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찾아 배워 알게 되었을 뿐이다.’하였다. 여러 현사들이 모이는 도서관에서 동화부터 좋아하여, 부지런히 읽어서 배우는 것도 소중한 경험을 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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