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이 세상을 구한다 - 不飛不鳴 이야기
바른 말이 세상을 구한다 - 不飛不鳴 이야기
  • 승인 2014.07.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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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옛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왕(莊王)이라는 임금이 있었습니다. 장왕은 초나라를 춘추 오패(五覇)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강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장왕은 걸출한 임금으로 크게 이름을 남겼지만, 처음 임금이 되었을 때에는 “나에게 간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라는 포고를 내리기까지 하면서 줄곧 놀기만 하였습니다.

이러한 장왕의 행각은 내리 3년이나 계속 되었습니다.

이에 오거(伍擧)라는 신하가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 앞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포고령 때문에 직접 왕의 행적을 꼬치꼬치 지적할 수가 없어서 수수께끼를 하나 내었습니다.

“한 마리의 새가 언덕 위에 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대체 이 새는 무슨 새이며,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자 장왕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3년 동안이나 날지 않았으면 한번 날면 하늘 높이 오르겠구려. 그리고 3년 동안 울지 않았다면 한번 울면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고……. 그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노라. 그만 물러가도록 하시오.”

그러나 장왕은 여전하였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소종(蘇從)이라는 신하가 임금 앞에 나아가 직접 간했습니다.

“전하는 지금 국사(國事)를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아니, 그대는 포고령을 보지 못하였는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마음을 고치신다면 저는 죽어도 괜찮습니다.”

“알겠노라. 그대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하겠노라.”

그로부터 장왕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궁중에 있던 여자들을 다 물리치고 술도 딱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간했던 오거와 소종을 높은 벼슬자리에 앉히고 게으름을 부린 많은 신하들을 목 베거나 내쫒았습니다. 나라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때부터 장왕은 어질고 현명한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잘 다스려나갔습니다. 세금을 줄여주고 국방을 튼튼히 하였습니다.

장왕은 3년 동안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노는 척 하면서 쓸 만한 신하와 쓰지 못할 신하를 추려내는 등 인재 발굴과 더불어 나라를 부흥시킬 원대한 마스터 플랜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근거하여 ‘불비불명(不飛不鳴)’이니 ‘일명경인(一鳴驚人)’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나왔습니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불비불명은 큰일을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고, ‘한 번 울면 사람이 놀랄 정도’라는 일명경인은 평소에는 과묵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해내는 것을 비유할 때에 많이 쓰입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개혁을 완성한 장왕은 패자(覇者)로서 신의와 대범함도 갖춘 군주였습니다.

어느 날 연회 도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졌습니다. 우왕좌왕할 때에 어떤 신하가 왕을 모시던 후궁의 몸을 더듬었습니다. 이에 후궁은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아 쥐고는 외쳤습니다.

“전하, 어떤 자가 제 몸을 더듬기에 갓끈을 끊어 쥐고 있습니다. 범인을 잡아 처형시키소서.”

그러자 장왕은 돌연 좌중에 이런 명령을 내렸습니다.

“오늘 연회 중 갓끈이 끊어지지 않는 자는 제대로 즐기지 않은 것으로 알겠소. 모두들 갓끈을 끊도록 하라.”

불을 밝혀 범인을 찾기보단 신하를 아끼는 대범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이 때 처벌을 면한 신하는 후일 전쟁터에서 죽음으로서 큰 공을 세워 보답한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는 묵묵히 큰일을 할 때를 준비하되, 바른말로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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