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이 안 잡히는 이유는?
유병언이 안 잡히는 이유는?
  • 승인 2014.07.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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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한국은 IT 세계 최대 강국이다. 인터넷 보급망과 모바일 가입자 수에서 인구비례 단연 추종을 불허한다. SNS는 폭주하는 이슈에 연결하려는 누리꾼으로 추석날 고속도로처럼 정체현상을 빚는다.

이들 덕분에 삼성이나 LG는 모바일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다른 전자제품까지도 최고 수준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 세월호 침몰사건에서 보여준 실태는 허무하기 짝이 없다. 미국처럼 911로 통일된 긴급위난신고전화는 우리에겐 없다. 온갖 부처마다 제 나름대로 119, 112, 111 등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긴급전화가 30개 정도나 된다고 하니 암산왕이 아니고서는 그 많은 전화번호를 외울 방법이 없다.

침몰하는 뱃속에서 단원고 학생이 119에 신고를 했더니 이중삼중으로 겨우 해경에 연결되었다. 그나마 어처구니없는 일이 학생더러 위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을 했다고 하니 무슨 수로 학생이 위도를 댈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항상 들여다보고 있어야 할 VTS를 잠자느라고 팽개쳐두고 있었다니 IT강국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최고급 장비를 갖추고도 세월호 침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해경에 대해서 오죽하면 폐지 명령이 내렸겠는가. 이 사건은 이미 70일 이상이 경과하였지만 304명의 희생자 중 아직도 11명이 실종상태에 있어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서 경찰과 검찰에서는 책임소재를 찾느라고 발분망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수부, 해경, 한국선급, 해양협회 등 유관기관과의 유착관계가 착착 드러나고 있으며 세월호를 비롯한 많은 배를 소유하고 있는 청해진회사 관계자들의 부정비리 실태가 국수가닥처럼 불거져 나온다.

다른 때 같았으면 횡령, 뇌물공여, 수재 등 경제관련 범죄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불구속 입건하는 수가 많았을 텐데 이번에는 걸렸다하면 조건 없이 구속이다.

국민적 감정과도 연관이 있을 테지만 죄질이 나쁘고 오랜 세월 관행처럼 죄의식 없이 범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의 정수리에 있는 딱 한 사람만 유유자적 법망을 피하여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유병언이다. 이 와중에 총리후보로 지명된 문창극은 교회에서의 강연이 말썽을 일으켜 일시적이나마 뜨거운 검색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그는 사라졌다. 태풍처럼 지나간 자리가 너무 상처가 깊었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나 유병언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의 이름은 스테디셀러다.

잡았어야 할 사람은 못 잡았고, 잡혀야 할 사람이 안 잡히고 있으니 수사주체인 인천지검의 속은 오징어 먹물처럼 시커멓게 타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검사장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야전침대에서 밤을 지새우며 유병언 체포를 진두지휘하고 있겠는가.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건이 일어났을 때만해도 유병언은 금수원에 있었다고 한다. 사건 며칠 후 유병언은 누구를 통해서인지 “모든 재산이 100억 있으니까 이를 세월호 보상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당시 검찰은 유병언을 얕잡아 본 것이 아닐까. 청해진에서 아무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고 ‘아해’라는 예명으로 사진만 찍는 노회한 유병언을 검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쫄따구니로 취급한 것은 아닐까.

그가 해외에 큰 조직을 가지고 있고 자녀들도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검찰이 스스로 자존망대하여 “감히 검찰 말을 안 들어….” 하면서 자만하고 있는 사이에 그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법무부 장관조차 국회 답변에서 ‘검찰의 수사정보가 유병언에게 샌 듯싶다’고 실토했다. 장관의 이 발언은 검찰이 유병언에게 무릎 꿇었다는 다른 표현일 뿐이다.

유병언은 금수원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엄마’들의 품에 안겼다가 운전기사, 상무 등의 손을 거쳐 비밀 별장에서 도망쳤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수사 발표지만 그 많은 거리를 누비면서도 CCTV에는 단 한쪽도 단서가 안 잡혔다.

강서구 재력가 살인범이 차를 갈아타고, 옷을 바꿔 입으며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세 달 만에 중국까지 도망간 사람을 잡아왔다. 그런데 유병언의 흔적은 없다. 내가 수사관이라면 당연히 밀항을 의심할 수 있다. 그것도 사건 초기 극비리에 밀항을 단행했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의 나이 칠십 중반인데 이번에 들어가면 죽어서나 감옥을 벗어날 개연성이 큰 사건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더구나 해외에 재산과 인맥을 쌓아놓은 지 오래된 유병언이다. 검찰의 정보를 수시로 전해 듣고 “어마, 뜨거라. 삼십육계가 상책이다”하고 뛰었지 않겠는가. 그러질 못했으리라고 눌러 생각하면서도 요즘 신문제목이 맘에 걸린다.

“유병언, 못 잡는 건가? 안 잡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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