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종말처리장 평가에 참여해보니…
폐수종말처리장 평가에 참여해보니…
  • 승인 2014.07.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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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 대구향교 교무처장
우연한 기회에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주관하는 ‘폐수종말처리장 운영관리 평가’라는 일에 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를 하게 됐다.

환경업무를 잘 모르는 민간인으로서 처음 평가위원 제의를 받았을 때 일말의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와 설렘 또한 없지 않았다.

지난 30여년간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음에 자부심을 느꼈고, 제2의 인생수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새로움에 목이 마르던 참이었기에 서슴없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또 행정기관의 물 관리 방향에 대해 약간의 의문을 가졌던 것도 평가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폐수종말처리장’이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폐수종말처리장은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되는 폐수를 모아 공동으로 처리하는 공공처리시설이라고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건설되며, 산업단지에 입주해 폐수를 배출하는 업체에서 일정 금액의 처리비용을 부담해 운영된다는 점과 개별기업에서 발생되는 폐수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는 것도 알게 됐다.

평가를 위해서는 폐수가 들어와 처리가 되고 하천으로 방류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예비지식도 필요했다.

공장에서 들어오는 폐수는 코를 찌르는 악취와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지저분한 상태로 그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최종적으로는 우리에게 먹는 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편했다. 처리공정을 따라 견학을 해보니 폐수는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와 약품을 이용한 화학적 처리 등을 거쳐 법적 수질기준 이하로 처리된 후 인근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었다. 처음 폐수를 마주했을 때의 우려와 걱정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녹조현상을 대비해 설치됐다는 총인처리시설에 눈길이 갔다. 총인처리시설은 약품을 사용해 물에 녹아 있는 인(燐)을 부상시키거나 침전시키는 방식의 응집반응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기 전 미리 녹조 발생의 조건이 되는 영양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녹조현상이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여름철만 되면 하천을 따라 녹색의 풀 같은 찌꺼기들이 물가를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햇빛과 수온, 질소·인 등의 영양물질이 조건이 갖춰져 녹조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폐수종말처리장 등 공공시설에서도 분야별로 녹조의 발생과 확산에 대비하는 일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또 하루 처리용량 700t 이상의 폐수처리시설에 대해서는 수질자동측정기기(TMS)를 설치해 방류되고 있는 수질의 농도를 행정기관에서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새롭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이라고 한다. 폐수처리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사람이 악취가 나고 시커멓던 폐수가 맑게 처리돼 하천으로 방류되는 과정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수확이며 중요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평가위원에는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물 관련 전문위원과 민간단체에서 활동하는 비전문가도 함께 참여했다. 폐수처리 공정이나 약품 사용 등 적정처리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평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으로 참여한 나 같은 비전문가에게도 나름대로 평가기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말로만 듣던 ‘정부3.0’의 한 부분을 몸으로 느낀 소중한 기회였다. 이런 참여 방식의 개방과 소통이라는 열린 행정에 새삼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민간인들이 우리 지역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화합의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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