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리’를 찾아서
‘진짜 의리’를 찾아서
  • 승인 2014.07.07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으~리’다. 대중은 단어 끝에 ‘~으리’를 붙여 모든 말을 ‘으리화’시킨다. 요즘은 조금 잠잠해진 감이 있지만, 올 상반기 최고의 신드롬은 단연 김보성과 의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잠잠해진 감이 있다고 해서 반짝 지나갈 유행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의리’는 현재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캐치프레이즈로 쓰는가 하면, 여기저기에서 의리를 지켜 공천을 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후보자는 의리정치를 강조하며 자신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의리, 의리’ 하다 보니 뻔히 알고 있는 뜻이지만 의리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다. 국립국어원이 제공한 국어사전은 ‘의리’를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지만, 세 번째 뜻풀이를 보면 조금 더 의미가 선명해진다.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리라는 단어의 인상은 어쩌면 후자에 가깝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혈연·지연·학연 때문에 의리가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는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의식이다. 이 같은 형태의 의리는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처음 만났는데 ‘이모’, ‘어머니’라고 넉살좋게 부르는 것도 의리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관료 마피아, 줄여서 ‘관피아’라고 부르는 이들 또한 대표적이다. 관료 출신 공무원이 퇴직 후 공공기관이나 협회 등에 재취업해 요직을 독점하는 것이나 공조직의 낙하산과 부패, 관민유착을 비하하는 말인데 한마디로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혈연, 지연, 학연으로 생긴 집단을 말한다. 혈연·지연·학연을 매개로 한 연결망은 중심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양상을 많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의리’를 바탕으로 지탱되던 전근대적인 공동체는 경제 발전과 함께 타파의 대상이 되었고, 그 자리에는 합리와 효율의 논리가 대신 자리를 잡아왔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며 의리 없는 대한민국의 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을 뒤로한 채 살려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아이들과 일반인 승객들과의 의리를 저버렸다.

대중들은 이러한 모습에 신뢰가 사라진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통감하며 김보성의 의리에 적잖은 공감을 형성하게 됐다. 밑도 끝도 없이 외쳐대는 의리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다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대한민국에 ‘의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그와 동시에 진짜 의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여러 사건 사고들을 바라보며 어떤 이는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의리 지키기’보다 ‘의리 버리기’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김보성씨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설파한 ‘의리론’을 다시 되짚어볼까 한다. “의리는 정의감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범법자에게 의리 지키는 것 봤습니까? 나랑 친하다고 해서 ‘왜 안돼’, 이건 의리가 아닙니다. 약자 앞에 기득권을 가지고 군림하려는 것은 의리가 아닙니다.” 그렇다. 그가 말하는 의리란, 사랑에서 비롯된 정의로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말하는 ‘의리’는 국립국어원이 제공한 첫 번째 뜻풀이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바른 도리’에 가까워진다. 결국 우리는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진짜 의리 즉, 정의로움에서 시작된 진짜 의리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