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를 피워 물고
종달새는 바삐
하늘을 오르내린다.
강 언덕에 푸른 비단을 깔고
시냇물처럼 넘실대던 청 보리밭에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제집인양 쉬엄쉬엄 지나가고
휘영청 달빛이 부서지는 밤이면
풀피리 꺾어 불며 보리밭에서 뛰놀던
조무래기들의 아련한 속삭임
고개 내민 이삭이
한 알 한 알 맺혀
금단을 깐 이불을 펼칠 때
홀로 선 미루나무 위로
반가운 소식을 전하려는지
까치는 요란하게
소리쳐 운다.
▷▶천기석 필명:맥계(麥溪) 충북 옥천군 출생. 한밭대학교 산업대학원 졸업, 낙동강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13) 옥천군청에 근무하며 詩作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해설>봄이 오면 푸른 물결을 이루는 청보리 밭은 요즘은 보기 드문 들판 풍경이다. 보리피리 불며 놀던 일도, 종달새 노래에 맞춰 함께 부르는 일도 겪어 본 사람만의 추억인 것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보리의 뾰족함을 싱싱함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보리밭에서 맘껏 뛰놀았던 추억이 가슴을 찌르며 넘실대기 때문이리라.
-김인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