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인들 고통 덜어주기 위해 11년간 동행
에이즈 감염인들 고통 덜어주기 위해 11년간 동행
  • 윤부섭
  • 승인 2014.07.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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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김지영 이사장
대구 두 번째 사회적협동조합 인가
카페 수익 100% 자활사업에 사용
김지영사진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김지영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은 공공성을 가장 상위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 역시 사회적 공공성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 협동조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 속 왼쪽 사진은 에이즈감염환자를 돕기위한 이념이 담긴 문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에이즈 감염환자들을 위한 쉼터가 이명박 정부 들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급기야 전국의 쉼터를 한곳으로 통합하겠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에이즈 감염환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까지 감염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초기 감염자들의 경우, 쉼터에서 그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인생을 새로이 계획할 수 있었지만, 그 최소한의 공간마저 빼앗기면서 이들이 갈 곳은 아무데도 없게 된 때문이다.

그런 정부 정책에 항명하다시피하면서 쉼터의 중요성과 그로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려 했던 감염환자들을 돌봐온 곳이 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이하 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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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예방을 넘어 실질적 도움주는 공간 마련

2011년 어느 날, 대구지역 에이즈감염인 쉼터에서 한 사람이 붉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동료들이 수건으로 급히 그의 얼굴과 몸을 쓸어내고, 방바닥에는 검붉게 물든 수건 뭉치가 쌓여갔지만, 정작 이 상황을 처치해야 할 119 구급대원들은 우두커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 섰던 이 감염환자는 동료들에 의해 자신의 피가 모두 닦여질 때까지 방치된 채,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 환자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허비된 수십여분 뒤 이송됐지만 응급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생의 끈을 놓고 말았다.

이날 숨을 거둔 환자는 이미 수년 전 자살을 선택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마음을 돌려먹고는 많은 에이즈 감염환자들을 위한 자활 의지를 강조하는 시간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과 기본적 의료 서비스도 받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되다시피 한 이들의 삶을 그나마 새롭게 인도하는 기본 체계가 쉼터였다. 이날 생을 다한 환자 역시 쉼터에서 자신의 나머지 삶을 감염인과 사회를 위한 공익에 재투자한 것이다.

◇빅핸즈(BIG HANDS) - 소통과 어우름의 공간 탄생

태백을 시작으로 남북에 걸쳐 최남단 부산까지 이어주는 것이 낙동강 이라면 대구를 중심으로 가르며 낙동강과 만나 새로운 어우름을 만드는 곳이 금호강이다. 새로운 어울림을 만드는 주체라는 의미로 금호강이 가진 사회적 매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더우기 금호강은 이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대구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그런 변화가 한 눈에 보이는 금호강의 가장 아름다운 자리 한 곳에 노오란 간판을 한 아담한 카페 하나가 눈에 보인다. 금호강이 내뿜는 풀내음과 물소리,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걷기 운동에 나선 주민들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빅핸즈(BIG HANDS)는 자리하고 있다.

빅핸즈는 대구에서는 두 번째로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공익적 의미가 강한 협동조합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에이즈 감염환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발생되는 잉여수익 100%가 자활사업에 쓰이고 있다.

매우 특이한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이 같은 의미에만 매달려 커피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동정 어린 커피 한 잔을 사줄 소비자들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착한 소비’와 ‘소비’가 한 소쿠리에서 같이 움직여주기를 바라면서 그 작용으로 에이즈 감염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순화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더하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서 119구급대원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던 그런 시선, 생을 다한 자신의 아들이자, 형, 동생의 시신조차 찾아가기를 거부하는 그런 편견과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를 한잔 한 잔의 커피는 담고 있다.

그 동반에 많은 지역 주민들이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고 있다. 처음 가졌던 조금의 우려와는 달리 이곳은 이미 입소문이 나 주변의 칭찬과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영사진1
레드리본 사회적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의 작은 소망은 에이즈 감염환자들에게 푸근한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최고의 상품, 최고의 가치

착한 소비와의 만남은 언제나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훈훈하게 만든다. 빅핸즈는 커피의 재료인 원두를 일주일내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더치커피는 바로바로 내린 것을 소비자에 판매하면서 맛과 신뢰도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여름이면 수북이 쌓인 빙설과 그 위에 얹어진 팥이 어우러진 빙설의 맛도 일품이다. 직접 만드는 휘핑크림이 얹어진 커피의 맛은 오후보다는 오전, 그리고 낮보다는 저녁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어질 때 쯤이면 주변 경관과 함께 운치를 더한다.

금호강의 운치는 특히 비가 조금 내리는 날이면 그 다정다감함이 극을 이룬다. 이런 날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작은 콤팩트카메라와 노트북, 또는 책 한 권을 들고 이곳을 방문해 보는것이 좋을듯 하다. 작은 시간을 쪼개어 힐링(Healing)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특히 이곳을 이런 날에 권한다.

◇커피가 아픔의 실타래를 풀어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이 실패한 원인 중에 하나가, 착한 소비만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착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판매 상품도 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이기에 무작정 팔아주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정말 좋아서, 커피 맛도 좋고, 내가 가고 싶은 공간으로서 고객들에게 인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그게 되면 우리가 자신 있고 당당하게 에이즈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렇게 가는 것이 성공 전략이지 않겠느냐 라고 생각해요.”

이곳을 설립한 김지영 이사장의 말이다.

이곳에는 11년간 에이즈 감염인들과 동행해 온 김 이사장 말고도 허향 사무처장과 감염인 당사자, 에이즈 전문강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17명의 조합원들이 번갈아기며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에이즈 그 자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구급대원들의 온 몸을 꽁꽁 옭아맸던 것은 잘못된 ‘편견’과 그로 인한 ‘고립’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상만 햇던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의기 투합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지를 ‘지역사회와 마을’로 택했다. 생활의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아픔의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자는 뜻에서다. 그리고 그 중계 역할을 커피가 해주었다.

‘커피’는 일자리와 소통을 일구어줄 매개체로, ‘협동조합’ 은 그 만듦새로 알맞았던 것이다. 그렇게 소셜카페 빅핸즈가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카페 안에 마련된 세미나룸에서 기타소리가 흘러나온다. 통기타 음악이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타 강습이 있다. 조금 있으면, 사진교실과 지역을 홍보할 수있는 갖가지 아이템을 묶어서 지역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역 소식지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와 외부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운영체를 비롯한 각 단체들에게 세미나실을 무료로 대여해 줌으로써 마을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과 각종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 에이즈와 우리 실생활이 반드시 격리되어야 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자연스러운 인식 개선 효과를 유도할 예정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활로 연계된다. 과거 감염환자들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고 나면 대부분 수개월간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그리곤 했다. 그러던 것이 쉼터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상황과 관련된 정보 등을 습득, 공유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만들어 냈다.

일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느낀다는 한 감염환자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전달한다.

“일을 시작한 후 가장 큰 변화는 건강이에요. 전에는 180을 넘지 못하던 CD4(면역세포) 가 300을 넘더라고요. 매우 기뻤습니다. 항상 친절하게 웃으며 일하니까 성격도 더 밝아졌지요. 사람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미소를 만드는 미소를 가진 레드리본의 이사이자 직원 조합원 A씨(가명)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가벼운 숙제를 던져준다.

가족에게, 친구에게까지 배제되어 아파하던 이들이 용기를 내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이들과 함께 하는 곳, 그래서 빅핸즈는 남다른 공간이자,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창재기자 kingcj12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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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반야월에 마련된 빅핸즈 전경.


- 빅핸즈 어떻게 탄생한 곳인가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됐다. 그동안 다양한 집단에서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런 목적을 기본으로 2013년 7월 1일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에이즈 인식개선과 감염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 인가됐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과 그 기본을 같이 하고 있으나, 사회적 공공성을 가장 상위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 역시 사회적 공공성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 협동조합과는 다르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인 빅핸즈의 특징이라면.

“우선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개선과 감염인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됐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 조합의 수익금 전액은 에이즈 인식개선과 감염인을 위해 사용되어진다. 2년여 간의 노력과 준비,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꿈을 꾸는 꿈터라는 점도 특이하다. 그런 꿈을 2013년 3월,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단이 ‘H온드림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샀다. 전국 300개가 넘는 지원팀 중에 우리 카페가 당당히 상위권에 입상하게 됐고, 또 많은 서포터즈들의 도움으로 카페의 보증금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2013년 7월 12일 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이제 오픈한지 일년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우리를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지원군과 주민들이 늘어났다. 우리 역시 더더욱 협동하고, 신뢰하고, 격려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와 나, 우리의 인생을 나누고, 돈 너머의 삶을 추구하기에 우리는 여전히 기쁘고 즐겁다.”

-카페를 찾거나 찾아가보려는 시민들에게 한 마디 당부한다면

“감히 시민들께 당부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그냥 간절함에서 ‘당신에게는 당신과 온 마음을 나눌 공간과 사람이 있나요?’라고 여쭙고 싶다. 그리고 혹시 그렇지 않다면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걸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을 우리는 믿는다 ”

이창재기자 kingcj12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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