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LG와 乙 화성전자의 슬픈 이야기
甲 LG와 乙 화성전자의 슬픈 이야기
  • 승인 2014.07.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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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LG라고 하면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전자회사다. 삼성과 LG는 쌍두마차 격으로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LG가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 성과는 가시적으로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외국에 가더라도 삼성과 나란히 붙어있는 LG의 광고판이 한국인의 긍지를 높여주고 있다는 말은 허튼 소리가 아니다. LG의 기업이미지는 그만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국민들은 부의 편중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파이부터 키워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당위성 앞에 대기업의 확장과 발전에 박수를 보낸다.

LG전자는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나날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시장을 겨냥한 멕시코 해외법인의 진출은 필수적 사업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LG해외법인(LGERS)은 멕시코 레이노사에 위치한 마킬라도라 지역에 설립되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경제자유지역에 해당되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특히 미국 텍사스주 접경에 위치하여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시네마 3D TV’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적격지다. LG해외법인은 2006년 TV PCB 기판을 생산할 현지 임가공업체를 물색하던 중 한국본사에 TV 메인기판을 납품하고 있는 화성전자(대표 이일수)를 선정했다.

모든 대기업은 협력업체의 도움 없이는 생산 작업에 큰 차질을 가져온다. 따라서 모(母)기업으로서의 대기업과 협력업체로 일하는 중소기업은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로 신뢰를 쌓아왔다. LG측에서도 오랜 거래를 통해서 화성전자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경쟁업체를 뿌리치고 화성전자 측에 멕시코 진출을 권유하게 된 것이다.

LG는 법인진출, 장비입출입, 현지인원에 대한 운영방법 등 해외진출 경험이 없는 화성전자 측에게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함으로서 큰 꿈을 안고 생소한 멕시코 땅에 발을 내딛게 만들었다. 화성전자는 1, 2,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70억원을 투자하여 5천평 규모의 공장을 임대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지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든 것은 오직 LG라는 든든한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그들만을 바라보며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현지 직원위주의 운영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LG가 요구하는 품질에서도 OK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은 그 나라의 법규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멕시코 마킬라도라 프로그램은 수출입업체인 LG해외법인의 하청업체로 지정되면 매월 자재이동 내역을 보고하고 하청업체는 모기업의 보고서를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모기업인 LGERS가 이를 이행하고 화성전자는 사본만을 보관하면 되는 것인데 LG가 태만히 하는 통에 특별감사를 받게 되었고 350억원(4억3천9백7십5만 페소)의 벌과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화성전자는 진출초기부터 관련 문제점을 LG측에 건의하고 대책강구를 요청했으나 ‘문제없다’는 답변만 듣고 ‘대기업에서 알아서 하겠지’하고 믿어버렸다. 그러나 멕시코 세무당국은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그 때서야 부랴사랴 1년 4개월이나 밀린 자재이동 내역을 일괄 보고했으나 벌과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생산 장비(80만불)조차 가압류되었다.

이 모든 일이 LG측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임을 화성전자 측에 뒤집어 씌웠다. LG의 집요한 권유로 지원약속을 해놓고 막상 자기들의 잘못 때문에 엄청난 벌금을 얻어맞자 그들은 표변하여 납품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화성전자를 압박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청업체를 달콤한 말로 유인하여 해외진출까지 시켜놓고 모기업의 잘못으로 벌과금 폭탄이 쏟아지자 발뺌을 하는 행태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인가. 더구나 화성전자를 윽박질러 “관련 정부기관에 신고하거나 언론 노출 등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특약을 강요했으며 2013년 11월11일자로 화성전자 구미본사의 날인까지 받아갔다.

게다가 해외에서의 적자는 물론 국내에서의 거래마저 중단시키는 등 화성전자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여 수퍼 갑인 LG의 횡포에 고사(枯死)직전에 놓였다. 화성전자는 해외진출 투자금 70억원의 대출금 상환 등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자 입장을 바꿔 현지법인 임가공업체가 해외진출을 위해 투자한 피해보상을 부담한 전례가 없다고 돌변했다.

그들은 겨우 120만불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는 등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로 인하여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화성전자 대표 이일수는 암 진단을 받고 병석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는 시민단체에 호소문을 내면서 “아무도 지망하지 않던 멕시코 현지사업에 적극 호응한 결과가 이렇게 참담할 수 없다”고 격정을 토로한다. 갑 노릇에 충실한 대기업의 횡포에 중소기업 을은 죽어야만 한단 말인가. 영세 하청업체의 처량하고 애달픈 단면이 파노라마처럼 엮어지며 우리 사회의 슬픈 이야기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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