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릴까 기다릴까 죽일까 - 세 사람의 처세술
울릴까 기다릴까 죽일까 - 세 사람의 처세술
  • 승인 2014.07.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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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본 전국시대 역사에서 내로라하는 세 사람을 들라하면 일본 사람들은 누구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든다고 합니다. 이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로 세상을 경영하려 하였습니다.

이들로 인해 우리는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적을 이기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하듯이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려 했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 세 사람에게는 ‘울지 않는 새’ 이야기가 따라다니는데 경영학 교과서에도 인용될 정도입니다.

세 사람의 경영 결과를 보건대, 울지 않는 새가 있다면 노부나가는 “가차 없이 그 새를 죽이겠다”고 했고, 히데요시는 “기어이 울게 하겠다”고 했으며,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이름은 임진왜란의 히데요시이고, 당시 가장 오래 집권한 인물은 도쿠가와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인기 1위 인물은 노부나가인 바 여기에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요점이 숨어있습니다.

셋 중에서 가장 먼저 일본을 무(武)로써 통일하겠다는 꿈을 세운 노부나가는 과거의 상식과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모든 것을 근본부터 뜯어 고치려 노력한 혁신적인 사고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조총(鳥銃)을 가장 먼저 도입하였고, 인재도 신분이 아닌 능력 위주로 등용하는 등 조직과 인사, 재정 그리고 전략 전술 등 전 영역에서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변혁을 구현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여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울지 않는 새라고 판단되자 자기 매부는 물론 조카까지 죽이고, 이에야스의 장남도 죽게 할 만큼 가차 없이 판단하고 냉철하게 행동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그도 운이 다하였는지 부하 미쓰히데에게 역습을 당하고 맙니다. 마스히데의 낌새가 수상하였지만 미쓰히데의 지략과 용기를 아까워한 노무나가는 미쓰히데에게 서부 최대 영주인 모리를 치게 하고 그 결과를 보아 마쓰히데를 처형하기로 합니다.

이를 눈치 챈 미쓰히데는 출병하는 척하다가 되돌아와 노부나가를 치고 맙니다.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노부나가의 인정어린 판단이 마지막 실수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만약 이때 노부나가가 죽지 않았다면 임진왜란보다 훨씬 더 빨리 조선을 쳐서 어쩌면 나라를 완전히 삼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일본인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일본인들의 절대 다수가 노부나가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당시 노부나가가 대륙을 침공할 뜻이 있었던 만큼 그때 조선을 쳤더라면 조선뿐 만아니라 중국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노부나가가 죽은 것이 1582년인데, 이 무렵 조선의 이순신은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미관말직에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만약 노부나가가 죽지 않았다면 수하인 미쓰히데를 정리하고 바로 모리를 쳐서 일본 정국은 훨씬 빨리 1587년 경에는 통일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히데요시가 1590년 일본을 통일하고 2년 후 조선을 침공하였는 바, 만약 노부나가가 아무리 늦어도 1587년 경 통일을 완수하고 2년 뒤인 1589년에 조선을 쳤다면, 조선 수군은 전혀 무방비 상태였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590년에야 비로소 유성룡의 천거로 수군의 일부를 맡았으므로, 노부나가가 1589년 조선 침략에 나섰다면 온 세상은 모조리 일본 천하가 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지금도 노부나가의 향수(鄕愁)에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역사에는 가정(假定)이 없다고 합니다만 지금도 일본은 이러한 가정을 되뇌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최근 지금까지의 이른바 전후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선제 전쟁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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