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신 역사와 싸우라
야당 대신 역사와 싸우라
  • 승인 2014.07.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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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 주필
여민컴 대표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이 출범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로 여전히 공석이다. 온전한 출범은 아니나 야당이 반대한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로 정국 경색은 피하게 됐다. 그래도 청와대의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비껴갈 수는 없을 듯하다.

청와대는 2기 내각 총리후보 2명의 연쇄 낙마에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던 정홍원 총리의 유임이란 고육책까지 내놨다. 여기에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로 국정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나면서 집권 2년차의 한 분기를 내각 공백상태로 날려버린 것이다.

한국 사회는 갈등의 도가니다. 인구가 많은 반면, 국토 면적이 작은 탓이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세계적으로도 높다. 비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다보니 경쟁이 극심하다. 무한 경쟁에 뒤쳐진 낙오자나 패배자가 재기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과 흡연율이 가장 높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갈등의 폭과 깊이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대립 및 영호남의 분열, 남북 분단 등 어느 갈등 하나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다. 특히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극한 대립을 일삼는 정치가 그렇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 각 분야의 갈등을 조정·해소해야 할 정치가 이 모양이니 다른 분야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따라서 한국 정치의 당면 과제는 사회 각 분야의 ‘이해 조정’을 통한 갈등 해소다. 양극화와 복지 논쟁의 두 축인 성장과 분배도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타협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저출산 고령화 시대 대책도 시급하다. 세대 갈등의 조짐도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년층은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년층을 부양해야 할 청년층은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넘어 인관관계와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5포 세대’가 양산되고 있다.

갈등이 증폭되고 대립이 첨예화할수록 이해를 조정하는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 그러나 좌파는 우파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고, 우파는 좌파에 ‘종북(從北)’의 굴레를 씌워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실제로 이러한 매도와 낙인이 사실과 어긋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꾸로 돌려 비판해도 자신 있게 ‘아니다’고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은 다른 생각과 의견을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 ‘그르다’로 매도했고, 이러한 현상은 사회 각 분야로 확산·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듣기’에 미숙하고, ‘말하기’에도 서툴었다. 그래서 야권은 ‘불통 정치’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조차 못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각종 국정현안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는 없을 게다.

‘불통 정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도 관련이 깊다. 한국 사회는 권력의 분권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에서부터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은 물론, 행정·입법·사법부 등 어느 조직이나 집단도 이제는 과거와 같은 막강한 힘을 휘두르지 못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분권의 시대’임에도 ‘권위주의 시대’ 리더십으로 회귀하는 인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를 너무 버려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를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청와대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정치적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는 게 보리수염의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해엔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허송세월했다. 2기 내각역시 산뜻한 출발을 하지 못하고 삐걱대고 있다. 야당이 발목을 잡은 때문이라고 하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고, 미숙한 대처도 잇따랐다. 특히 인사 실패 문제는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무부지사 후보 추천을 비롯해 야권의 의견을 수렴해 도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남경필, 원희룡 지사의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야권과 타협하겠다는 자세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단체장들 보다 포용하는 깜냥이 모자라서야 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이로 인해 상당 기간 국정공백이 초래됐다. 지방선거 이후 개각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정부·여당의 전열이 새롭게 정비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야당과 다투는 대통령이 아니라 역사의 평가와 싸운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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