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3代
M1 3代
  • 승인 2014.07.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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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 시인

어쩌다

나와 만났던

한 자루의 미제 M1 소총.

0008289의 사나이는

아침마다 꽂을대로

그 총구를 닦아내야만 했다.

지난날 태평양의 파도를 넘었던

어느 흑인병사의 손을 거쳐

6.25때,

한국의 나이어린 學兵과 함께

추풍령을 넘었던 한 자루의 소총.

한탄강 기슭에서 화랑담배를 피우던

옛 전우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백마고지의 하늘을 울어 예던

뜨거운 포효는 무엇이었던가.

중부전선의 긴 겨울을 지키던

나는 2등 사수였다,

항상 무릎에 사구라꽃이 핀

엎드려뻗쳐에도 잘 견디어내던

이등병의 쓸쓸한 연인이 M1 소총

나는 스물네 살의 청춘이었다.

녹슨 총구를 닦아내는 아침마다

남쪽의 고향은 점점 멀어져갔고

그를 보듬고 지새는 달빛 아래서

밤마다 우리들은 잠 못 이루었지.

오늘 다시 입영하는 제자에게

그날의 총의 안부를 묻는다,

어느 흑인병사의 손을 거쳐

내 손에 쥐어졌던 소총,

오늘은 제자의 손에서 녹이 슬고

또다시 열 살짜리 아들의 손에서

무슨 뜨거운 꽃을 피울 것인가.

내 앞에 펼쳐져 있던 침묵의 산야,

조준경 위에 흔들리던

북위 38도선의 긴 겨울이여.

▷▶문병란 1935년 전남 화순産. 조선대학교 인문대 교수역임 1959~1963년 현대문학지에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으로 김현승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 32권의 시집 간행 및 다수 산문집 간행 -요산문학상, 광주예술상, 금호예술상, 박인환시문학상등 다수 문학상 수상 -(현)지역문화교류재단 이사장, 서은문학연구소 운영, 서석풍아회 회장 서은문학회 회장. 시온고등학교 이사장.

<해설> 슬픈 현실이다. M1소총이 대를 이어 닦고 있음은, 아직까지 분단의 아픔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학도병으로 소총을 닦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오로지 나라를 위한 그 숭고한 희생이 이제는 끝날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겨울이다. -김인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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