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과에 들어가는 계피
수정과에 들어가는 계피
  • 김종렬
  • 승인 2014.07.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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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의 겉껍질…소화기 도와주는 작용
임산부가 먹으면 유산 등 부작용 있어 ‘주의’
양승엽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양승엽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식당이나 집에서 음식을 먹은 후 흔히 후식으로 수정과를 먹기도 한다. 수정과에는 계피가 들어간다. 건강식품이나 음식의 식재료에도 계피를 쓰고 있다. 또한 한의학 처방에도 계피를 쓰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계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떤 계피가 좋은 계피일까? 계피는 잘못 쓰면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 우리가 먹는 계피는 불순물이 제거된 계피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동의보감을 통해 찾아본다.

동의보감원문을 요약하면 계수나무에서 다섯 가지의 약이 나온다. 첫째로 계수나무의 어리고 작은 가지를 유계라 한다. 유계는 가벼운 성질을 가지므로 어깨나 팔의 병에 쓴다. 둘째로 계수나무의 가는 가지를 계지라 한다. 계지는 가볍고 뜨는 성질을 가지므로 발산시키는 작용이 있어 감기에 쓴다. 셋째로 계수나무의 겉껍질을 계피라 한다. 계피는 주로 몸속의 중간부분을 데워주는 성질을 가지므로 소화기(중초)를 도와주는데 쓴다. 그래서 민간에서 수정과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넷째로 계피의 비늘처럼 된 겉껍질 부분을 긁어서 제거한 후 그 안쪽 속에 있는 매운 맛을 가진 부분을 계심이라 한다. 계심은 계피와는 성질이 반대로 기운이 몰려 막힌 것을 풀어주는 데 쓴다. 다섯째로 계수나무 밑둥의 겉껍질을 육계라 한다. 육계는 몸속의 아랫부분을 데워주는 아주 더운 성질을 가지므로 몸속의 아랫부분(하초)을 더워지게 하는 데 쓴다.

모든 나무껍질이나 뿌리에서 나오는 약재들은 외부와 접하는 거친 겉껍질부분을 반드시 칼이나 도구로 긁어내어 제거한 다음 약으로 써야 한다. 즉, 계피, 계심, 육계뿐만 아니라 두충, 후박, 황백, 지골피, 상백피 등의 약재도 반드시 외부와 접하는 거친 부분을 제거하고 써야 한다.

계심을 만드는 방법도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수제법(약제의 불순물을 제거해 정제하는 방법)은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확한 법칙에 의해 반드시 계피 1근(600gr)에서 계심 5냥(187.5gr)을 얻는 것(상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계수나무에서 나오는 약은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니고 외국의 남방지방이다. 그러므로 한의학 원전에 따른 정확한 분류와 수제법이 없으면 국내에서는 그 진위여부를 알 길이 없다. 게다가 현지에서 최상급 계피는 음료를 만드는 코카콜라같은 회사에서 먼저 계약재배를 통한 선수매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에는 등급이 낮은 계피류의 약들이 들어오는 실정이다. 이래서야 어찌 한의사들이 좋은 의료를 펼칠 수 있겠는가? 또한 국민들이 좋은 수정과를 먹을 수 있겠는가?

민간에서 흔히 수정과에 넣어먹는 계피는 일반인들이 먹으면 좋은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임산부에게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유산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약제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설명이나 주의사항 없이 건강식품에 함부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육계도 반드시 겉껍질을 제거한 향이 살아있는 약제를 구해 써야한다. 계피는 공진단보다 효력이 뛰어난 ‘동의보감 쌍화탕’에도 들어가고, 육계도 천하의 명처방 ‘동의보감 십전대보탕’에도 들어가는 중요한 약제중의 하나이다. 한의학을 과학화한다는 모 제약사는 그들의 건강식품에 육계를 쓴다는데 어떤 육계를 쓰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한의학을 과학화한다고 했는데 과연 무엇을 과학화했는지 궁금하다. 사정이 이러니 한의협이나 학계에서 조속히 나서서 건강식품과 한약과의 관계를 명백하게 정리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문제가 명백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일부 삐뚤어진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동의보감과 한의학은 우습게 취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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