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도 세상이 있을까
땅속에 사는 사람들끼리
옷도 입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알몸으로 부대끼며 사는
그래도 행복한 세상 있을까
▷경기 안산 출생. 1993년 계간『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환상 스케치’, `부끄러움의 끈’, `빨간 점무늬 넥타이’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는「꽃은 말고 이파리만」,「`세상이 하수상하니」,「구름을 두드리다」등이 있다. 현재 계간 `문학산책’ 주간으로 경기지역의 문예창작 강의에 주력하고 있다.
요즈음 농촌을 지나치다 보면 무명 수건을 머리에 쓴 시골 아낙 같은 밤꽃이 한창인 산비탈 길 아래 흰 꽃을 이고 있는 감자꽃을 볼 수 있다. 또 감자 캐기가 한창이기도 하다. 감자와 고구마는 우리 농작물 가운데 땅속에서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말 그대로 벌거숭이 알몸이다.
이 시는 땅 위에서 요란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땅속에서 사는 감자보다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감자와 사람과의 단순한 비유만이 아니다.
소박하게 사는 사람과 요란하게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분별로도 읽혀진다. 단 6행의 비교적 짧은 시이나 이미지가 돋보이는 시편이라 하겠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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