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숱한 미인들을
발가벗기고 어둠으로 포박한 채
물속에 가두어 두고 있었다
늘씬한 각선미
아찔한 꿀벅지
초병 서기도 허기진 달이 산을 넘자
물안개가 기다린 듯 그들을 탐해댄다
깔딱 숨이 넘어갈 정적
바싹 입술이 타는 흥분
관음(觀陰)의 시선도 아랑 곳 없이
무턱대고 다리를 더듬어 오르는
감당할 수 없는 정분의 추태
햇살을 잡아와서 살며시 다가서 보자
마침내
어지러이 흩어진 잠자리와
풀어헤친 속살그대로 발각 난 밀회의 장
상기한 왕 버들
음흉한 안개들이
얼굴 벌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저 꼬락서니
▷▶박종하. 필명:덕산. 대구출생. 1976년 동인지 맷돌에 시를 발표함으로서 문학활동을 시작함. 1980년 석간수 문학동인, 2006년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현)사단법인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대구지부장 현)낙동강문학 작품심사위원장, 현)한국시민문학협회 고문, 시집: 어느 꿈결 같은 세월의 오후, 세월.
<해설> 왕버들의 몸매 또한 어지간히 잘 빠졌었나 보다. 어둠이 오기가 무섭게 물안개가 대들어 고고했던 한 낮의 모습을 마구 풀어헤쳤으니…. 밤사이 있었던 일은 햇살에 얼굴 들기 부끄러웠으나 어찌하리, 청춘의 정열은 앞 뒤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으니, 그 또한 부러울 뿐이다. 김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