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꿈
일본의 꿈
  • 승인 2014.07.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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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근 정치평론가
‘팍스 로마나(Pax-Romana)-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nica)-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그동안 인류역사를 지배해왔던 ‘세계패권주의(world hegemony)’의 주역들이다. 문자대로 풀이하자면 ‘로마와 영국,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질서 유지’이나 실질적 의미에서는 ‘당대의 패권국에 의한 세계지배’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그리고 팍스 아메리카나 다음시대의 주인공은 바로 ‘중국(Pax-Sinica)’일 것이라는 데에 크게 이견이 없다. 그러기에 소련붕괴 이후 미국에 의한 ‘단극세계질서체제(unipolar system)’가 다시 중국과의 ‘양극세계질서체제(bipolar system)’로 회귀하고 있는 양상이다.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다”라는 키신저(H. Kissinger)의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 일본국내의 극단적 보수주의가 정도를 넘어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으로까지 비춰질 뿐만 아니라 이것이 주변국에 대한 일본의 대외정책의 기조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동북아의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패전 이후 자국외로의 군사행동을 엄격히 제한해왔던 일명 ‘평화헌법’을 ‘집단자위권(Right of Collective self-defense)’이란 명분아래 완전히 뒤집음으로써 명실 공히 군사대국화로의 거침없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으며 이는 동북아에서의 군비경쟁 가속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를 이끌고 있는 품위있는(?) 리더중의 하나인 일본이 이러한 비이성적이며 안하무인격의 행위를 마음놓고 벌일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아시아권의 절대적 비난과 비판을 뻔히 예상하면서 과연 누굴 믿고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단 말인가? 그 답은 당연히 이 모든 비난과 공격을 일거에 무시할 수 있는 세계유일의 수퍼파워, 미국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해 극명한 우려를 보이고 있는 주변국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은 일본의 이번 집단자위권 천명에 대해 연일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집단자위권 확보의 제일 명분이 바로 미국에 대한 군사원조, 즉 미군이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시 이를 돕기 위해 일본 자위대를 파병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해 거의 세계방위비의 절반 정도를 지출해 온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방위비를 아껴줄 수 있는 일본의 이러한 고마운 정책에 쌍수를 들어 반색을 표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에서 보듯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치며 당시의 대국이었던 중국(1894, 1937)과 러시아(1904)를 차례로 격파하면서 전 아시아를 장악하고 세계재패의 야망을 실현시키려(1941-45) 했던 일본을 두 차례(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약 10여 만명을 즉사시키고 18여 만명을 불구로 만들어 일패도지의 늪으로 주저앉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가? 바로 미국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구대천의 원수인 미국에게 전후 약 70여 년간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반대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온갖 아양을 떨어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변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의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겠다는 말인가? 이는 소가 들어도 웃을 소리. 그러면 일본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1970년대, 사회주의의 실패로 탈출구를 찾아 헤매다 한국전쟁 이래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기점으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선부론 등을 외치며 적극적인 실용주의노선을 펼친 결과,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옆에서 아픈 배를 쓰다듬으며 지켜보고 있는 일본의 심정이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은 마치 150여 년전 메이지유신 때 그러했던 것처럼 기나긴 시간을 와신상담 해오면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국을 제치고 미국을 넘어 이전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리라.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의 시대는 팍스 시니카가 아닌 일본이 주인공을 맡게 되는 ‘팍스 니포니카(Pax-Nipponica)’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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