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쳐 해묵은 비탄을 놓는다
비탄 뒤
찬탄에 몸 부린다
아
시베리아였다
시베리아 상공이었다
그 막된 고기압의 정신성이었다
아
전혀 낯선 찬탄
어딘지 모를
낯익은 비탄의 몇 발자국이었다
아 인도네시아 대(大)순다열도 어디쯤인가
수마트라 화산호(火山湖) 어디쯤인가
깊디깊은 저기압의 자욱한 물질성 그 어디쯤인가
차라리
내 천년의 벗이란 남과 북 거기!
▷▶고 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9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한 이래 150여권의 시집, 비평집, 소설 등 저서 냄.
시집 : 만인보, 새벽길 등 다수, 대담집 : 바람의 사상 등.
<해설> 비탄을 내리면 찬탄이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 감춘다. 이 시의 ‘낯선 찬탄과 낯익은 비탄’은 무엇을 말함일까?
우리 선조들이 천년을 뛰놀았던 그곳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찬탄이 교감하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서 이념에 울어야 하는 우리들 신세가 저 천년의 찬란한 역사 우에 있음을 말함이 아닐까? 즉, 그것은 지원(志遠)의 한자풀이 속삭임처럼….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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