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 몇 건 있었다. 8살 된 딸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때려 사망케 한 울산계모사건, 9살 된 딸을 수시로 폭행·학대해 사망케 한 칠곡계모사건, 2세 유아를 친부가 살해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한 사건들이다. 뉴스를 보았다면 저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며 흥분케하는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아동학대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는 것이다.
흔히 학대라고 하면 소위 ‘고문’을 떠올리기 쉽다. 매일 구타를 하는 경우나 가혹한 노동을 시키는 경우 말이다. 그러나 학대라는 것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어적·정서적으로 괴롭게 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아동이라면 학대의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집안 집기를 부술 정도의 심각한 부부싸움을 하거나 어린 아이 혼자 장시간 집에 남겨두는 경우, 아이가 원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비현실적인 기대나 강요를 하는 경우도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즉 어른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아동의 입장에서는 학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2010년 128건, 2011년 136건, 2012년 180건, 2013년 191건으로 점점 증가 추세에 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177건이 발생했다. 가족 간 대화단절, 조손·결손가정의 증가와 같은 현대사회 특성상 아동학대 사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달 29일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아동학대에 대해 초기부터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과 정부와 민간 공히 4대 사회악 근절활동을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그동안 암수화 돼 있던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근절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도 사후 발견과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동을 보호하는 사람 스스로 위험징후를 진단해 아동에 대한 인식전환 및 아동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아동학대를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구 동부경찰서에서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아동학대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이 과연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고 경각심을 갖는 차원에서 자가진단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밝는 내일,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학대받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이야말로 ‘먹고 살기 바빠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어른들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