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뢰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기고> 신뢰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 승인 2009.07.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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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병 훈 (경상북도의회 의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 나라의 미래는 국민이 얼마나 정부를 신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상호호혜와 협력이 촉진되어 정책집행이 훨씬 수월하며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력까지 기대할 수 있어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미국의 세계적인 정치학자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그의 저서 `트러스터(Trust)’에서 `신뢰는 경제적 번영의 원천’이라고 하였다. 반대로 사회전반에 갈등과 불신이 만연해있다면 사회감시비용이 증대되고, 사회구성원간의 결속력은 와해되며, 불확실성은 자꾸만 확대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하여 결국에는 정부정책의 효율성을 저하시킴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로 결국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기업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 이에 신뢰가 곧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다고 할 것이다.

후쿠야마의 말대로 공통의 규범을 바탕으로 서로 믿고 존중하며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사회적 신뢰야말로 선진국 진입의 전제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작금 경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신뢰형성은 고사하고 정부 스스로가 장담한 최소한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는 등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무려 20년 가까이 표류하던 국가적 숙원사업인 핵폐기물처분장을 경주시민들이 합심하여 유치한 것은 유치지역에 대한 철저한 지원을 약속한 정부를 믿고 오직 침체일로에 있는 지역경제만이라도 살리고자 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 주민들 모두 목숨 걸고 반대하던 방폐장을 유치하였음에도 정부가 약속하였던 지원 사업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행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경주시민은 배신감으로 허탈하다 못해 탄식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경주시민의 믿음을 저버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주는 70년대 경주종합개발계획이 추진되다 중단된 이후 30년간 한반도의 유일한 천년고도임에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문화재 보호와 관련한 규제는 지역경제를 악화시키기만 하였다.

게다가 경마장, 태권도공원 등의 주요사업에 지난 정부가 펼친 각종 편파적인 정책추진과 집행을 마냥 견뎌야만 했다. 여기에다가 또 경주 역사문화도시특별법은 중앙정치인들에게 정치적 타협의 카드로만 계산되다가 하루아침에 무산되기도 하였다.

여기에다 한수원 본사이전과 방폐장 건설, 그리고 양성자가속기 건립 등 경주의 3대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마저도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한다 싶더니 이번에는 또 방폐장특별법 개정으로 국무총리 소속아래에 있던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지식경제부 장관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아닌 지식경제부장관이 맡게 되고 당연직 위원을 각부 장관에서 차관으로 격하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난 6월 1일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현재 월성에서 건설 중인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준공이 2010년 6월에서 2012년 12월로 2년 6개월 연기된다는 발표까지 하였다. 1조 5천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고 절대적인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방폐장 사업에 있어 지질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경주시민들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시작한 공사가 이제 와서 연약지반으로 인해 공사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주가 신라천년의 역사문화도시임에도 방폐장을 유치한 것은 어떡하든지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경주시민들의 소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방폐장과 관련하여 드러난 난맥상들에 대한 적정한 조치들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방폐장 사업 전면백지화도 불사하여야 한다는 것이 경주의 지배적인 여론인 이상 정부는 방폐장 유치 당시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지원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불신의 만연은 사회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은 분명하며 어떠한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경주에 대한 약속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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