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규제 전봇대’ 뽑기 호소
재계의 `규제 전봇대’ 뽑기 호소
  • 승인 2009.07.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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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에 있는 L사는 500만원을 들여 공장안에 작은 창고를 하나 지으려 했다. 그런데 각종 인허가를 위해 이 회사가 준비해야 했던 서류가 무려 19가지나 됐고 여기에 들어간 총비용은 창고신축비의 8배나 되는 4000만원이었다.

또 어느 지방도시의 산업단지에서 유연탄이나 벙커C유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A사는 산업단지내의 집단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남은 에너지를 인근 주택 지구에 공급하려 했으나 지역난방에는 청정연료만 사용해야 한다는 환경규제 때문에 사업허가를 받지 못해 남는 에너지를 그대로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전국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흔한 사례라니 황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전봇대 뽑기’를 표방했음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다. 지난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밝힌 `2009년 기업 활동 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에 따르면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이를 가로막거나 과도한 비용을 유발시켜 결과적으로 기업의 손발을 묶는 등 불필요한 규제가 135개에 이른다고 했다.

기업을 옥죄는 이러한 규제가 아직도 많다고 하니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개혁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 전경련이 지난 3월 국내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 한다’는 응답은 27.1%에 그쳤다. 물론 전경련측이 열거한 규제들이 모두 철폐대상일 수는 없다. 기업 활동에는 장애가 되지만 공익목적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들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이 같은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재정금융정책을 동원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도 이런 규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기업 투자가 살아나기 어렵고 경기회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0대 기업이 자본금의 15배에 해당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기존의 규제개혁 방식과 속도에 일대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 가운데는 재계는 투자는 하지 않고 규제타령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부터 `비즈니스 프랜드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세금 인하 같은 혜택만 챙기려 할뿐 사회적 책무라 할 투자 고용 등에는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재계도 이제는 국민들에게 새겨진 이러한 인상을 지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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