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도 아니고
산 물고기를 기어코 흥정에 얹으려는데
도무지 자연사에 이를 틈이 없을
수족관 속 활어 한 마리
간유리 이쪽을 유심한 듯 쳐다본다
사자의 손가락질로 당장 물길이 바뀌는 줄
저도 알고 있다는 것일까?
그걸 깨달아 정심하는지
저 붉은 도미는 아까부터 미동조차 없다
어느 날 나를 결정짓는 것도
나 모르는 손가락질
소나기 방금 훑고 지나간
저 유리벽 밖에는 어떤 손가락이 살까?
▷▶김명인 1946년 경북 울진군 출생.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동두천’·‘파문’ 등 다수.
<해설> 횟집거리의 수족관에 즐비한 고기들을 본다. 그들은 단지 지시적 손가락에 의해서 자연사 없는 생활을 부지한다. 참돔의 그 화려함도 아무런 의미 없는 풍경처럼….
사람 또한 거대한 유리벽에 갇혀 하느님의 손가락질에 따라 생과 사가 저울질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함에도 수족관에서 물끄러미 사람들을 바라보는 참돔의 눈에서 생의 환희를 볼 수도 있을 테니까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