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힐링의 공간 ‘베나의 집’에 초대
웰빙과 힐링의 공간 ‘베나의 집’에 초대
  • 승인 2014.08.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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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대진초등학교장
요즈음 대다수 직장인들이 휴가철을 맞았다. 학교도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여름방학 동안의 단 하루 만이라도 왕따, 학교 폭력, 안전지도, 생활지도, 학습지도, 각종 행사 지도 등에 시달려온 선생님들께 힐링의 기회를 주어 축적된 스트레스를 풀어내면 좀 좋을까? 선생님들의 힐링은 다음 학기에 충실히 근무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 기간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학급에 한 명이라도 문제 있는 학생이 있으면 한 밤 중에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결손 가정이라 달리 연락할 데가 없는 학생이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를 받으면 한밤중에라도 달려가 보듬어 와야 하는 것이 우리 선생들이고, 죽고 싶다고 자살을 선포하는 학생이 있어도 한 밤중에 품에 안긴 내 집 젖먹이를 떼어놓고 달려가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이야기를 밤새 들어주며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너는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어!’하며 눈물로 각인시켜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선생들의 할일이다. 이렇듯 교사는 담임한 학 반 학생 숫자만큼 노심초사하며 살고 교장은 전교생 숫자만큼 노심초사하며 사는데 세상 사람들이 안정직이라고 부러워할 때는 ‘빛 좋은 개살구’의 씁쓰레함을 우리끼리만 나누며 처진 어깨 추스르고 마음 다잡으며 허리를 곧추 세우며 버티어 낸다. 그래서 요즈음은 휴직자나 명예퇴직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명퇴금 줄 자금 부족으로 신청자의 요구를 다 수용해 줄 수 없어 그나마 줄을 서야 한다. 어떤 직종은 정년퇴직을 일 년 앞두고 공로 연수 기간을 주어 월급은 월급대로 받으면서 한 해 동안 쉬게 하는 제도도 있지만 교직은 그런 혜택도 없는 직종이다.

그러니 방학 중, 그 동안 내팽개쳐두었던 가족들과 1박 2일의 오붓한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좀 좋을까? 이럴 때, 직원 가족들이 휴양할 수 있는 수련원을 확보해 놓고 편리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만 하다.

‘교직원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웰빙과 힐링의 공간!’

교장이 되면서 방학을 맞을 때마다 이 명제가 내 가슴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 방학 때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이 웰빙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선생님들 개개인에게 별장을 한 채씩 마련해 준 듯 가슴이 뿌듯해졌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이 텃밭, 꽃밭, 잔디밭이 갖춰진 뜰이 넓은 집을 찾아다녔는데 소나무 동산이 여섯 군데나 조성되어 있고 40여종의 나무가 심겨져 있으며 정자도 들여놓아 전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집을 사게 되었다. 남편이 퇴직 후 텃밭과 나무들을 가꾸고 그림 그리며 소일하기에 딱 좋은 집이다. 그보다 힐링하고 싶은 손님들이 찾아오기에 매력이 좔좔 흐르는 집이다. 그래서 이 집을 구하자 ‘베나의 집’이라는 현판을 걸고 「베나(베풀고 나눔)의 집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마음에 평안 얻으시길,,,,,, 」이라는 세움 현수막을 세워두었다. 현수막 옆에는 이 집에 오시는 손님을 환영하는 첼로연주 아가씨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쯤 되면 기분 좋게 하루 머물다 갈 수 있지 않을까?

방학 전날,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베나(베풀고 나눔)의 집에 초대권을 날렸다.

“선생님들! 한 학기 간 노고가 많으셨어요. 방학 동안 선생님들이 힐링 하며 지낼 집을 하나 마련했어요. 집 이름은 베나(베풀고 나눔)의 집입니다. 660평 정원에 잔디밭과 정자, 소나무 동산, 황토방이 있어요. 모든 살림살이는 다 갖추어져 있으니 가족들과 반찬거리만 가져오셔서 하룻밤 쉬고 가세요. 이 정도면 교장이 선생님들 노고에 보답하는 길이 될런지요?”

이미 이 집에서 하룻밤 머문 선생님은 아침에 일어나 정원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자기가 속한 야생화 모임의 회원들을 모시고 와서 하루 머물겠다고 꼼꼼하게 둘러보았다.

“야, 이 대형 천막 밑에서 고기만 가져와서 바비큐 해 먹으면 좋겠어요.”

“그럼요. 참숯도 여기 한 포대 준비되어 있고 착화탄도 있어요. 텃밭에 상추도 심겨져 있고 가지랑 고추도 있으니 여기서 고기 구워 옆 정자에 앉아 먹으며 바람 쐬면 신선 노름이지요.”

집 주인 남편도 마냥 신이 나 있다. 하긴,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기도 제목으로 ‘우리 삶이 베풀고 나누는 삶’이 되도록 해달라고 주(主)께 기도해왔다. 그리고 우리가 전원주택을 구하러 다닐 때도 우리의 노후만 생각하기보다 남들이 와서 힐링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인가를 더 안중에 두었다. 집은 황토집이고 판넬을 달아 만든 공간이지만 집의 역사는 87년 전에 지어진 집이라 박물관 같은 가치도 있다. 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루대를 올리는 상향식을 1927년에 했다고 마루대에 글씨가 남아 있다.

남편은 잔디밭에서 8월 말에 출장 뷔페 손님들과 옛날 초임 때 제자, 동네 어르신 들을 모시고 정년퇴임식을 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그 동안 그려온 유화 작품들과 공예품들도 잔디밭 곳곳에 놓아두고 자연스런 야외 전시장이 되게 할 생각이다. 그 학교 선생님들께는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고 선생님 개개인의 은덕을 기리는 글과 이름을 넣어서 이젤에 전시해두었다가 식사가 끝나면 각자 이름이 적힌 부채를 찾아 돌아가게 할 선물도 준비 중이다. 나는 내대로 올해 우리학교에서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을 맞는 선생님들과 귀진회(귀한 대진 교사회·50대 교사) 회원들을 초대하여 소나무 동산에서 피톤치드를 맡으면서 밥 한끼, 차 한 잔 여유롭게 나누려고 초대해두었다.

자, 우리 교직원들도 이제 이런 여유를 즐기며 웰빙과 힐링 속에서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시간과 공간을 가지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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