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말의 번쩍임
우리라는 말의 번쩍임
  • 승인 2014.08.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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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건조대는 전면 빼곡한 화살표다. 꽁치들이 전부

대가리가 잘린 채 거꾸로 촘촘촘 널렸지만 지금,

공중이자 수중이다. 주둥이들 뾰족뾰족한 제 방향이 있다.



떼다, 이 때다.



그곳을 향해 휘날리고 휘날리는 전율이 있다. 이

이,합,집,산, 이합집산이 저 부지기수의 단 한마디, ‘우리’라는 뜻의 깃발이다.

어느 순간이 마음이고, 어느 순간이 몸인지….

거울 댄 듯 한꺼번에 번쩍! 번쩍! 통하는,

순식간 헤쳐, 또 뭉치는 둥근 소용돌이가 고래보다 크다.



밤에, 멀리 내다보이는 촛불들의 광장-


바다를 지나 바다로 가는 덕장엔, 자욱한 소리가 있다.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으로 쉬!, 배꼽 등 다수

<해설>꽁치는 회유성으로 산란기를 맞아 우리 해역에 온다. 낱마리가 아니라 거대한 집단을 이룬다. 이 군집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정어리가 거대한 무리를 이루고 회유하는 것은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려는 한 수단이다. 꽁치도 이처럼 단단한 무리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소중하다. 바로 여기서 ‘우리’라는 말이 번쩍이는 것이다. 비록 이합집산이지만 뭉침으로서 거대한 집단의 우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작지만 우리로 뭉치면 저 고래도 무시 못 하는. 그래서 덕장에는 꽁치들의 왁자한 푸른 소리가 시렁이나 선반에 있다. 절묘하다.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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