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환 시인
저절로 허물어질
참 작은
흙집
저것마저 허물어서
풀과 새들이 와서 놀게 하라
당부하신
그 집
하지만 그 누구도
허물지 못할
성자(聖者)의
집
그 집 앞에 서면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부끄러운
집
▷▶배창환. 1955년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 겨울 가야산, 잠든 그대 등 다수.
<해설> 권정생 선생은 가난을 표본처럼 살다 가신 분이다. 움막 같은 초가집이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있다. 간결한 언어로 풀어낸 짧은 詩이지만 아름다운 시의 무게는 그렇지 않다. 저 움막집의 고고한 무게처럼….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