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보도블록을 뚫고
시멘트 보도블록을 뚫고
  • 승인 2014.08.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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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영 시인

시멘트 보도블록을 뚫고

제비꽃이 나왔다

구멍마다 몇 송이씩 피었다

어른도 들어내기 힘든 보도블록을

밀고 올라온 너를 보고

한때는 너를 오랑캐꽃이라 불렀던

내가 밉다 한때는 너를 앉은뱅이 꽃이라고

우습게 여겼던 내가 부끄럽다

시멘트 블록을 깨고

세상에 돌멩이를 던졌던 시절이 있었다

어두운 세상 환해지라고

최루탄 사이로 몸을 던졌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다시 몸을 던져야겠다

시멘트블록에 눌려있는 흰제비꽃,

너를 살리기 위해 보도블록을 깨고

가시철조망을 거둬야겠다

평화의 마을에 전쟁의 공포를 가져온

어둔 바람에 맞서 돌을 던져야겠다

미안하다

다치지마라 흰제비꽃아

이 땅의 들꽃들아.

▷▶나종영 1954년 광주 출생.
1981년 창작과비평사 13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 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끝끝내 너는’·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등 다수

<해설> 잡초는 강하다. 거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자연에 맞추어 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각시붓꽃을 제비꽃이라 오인한 적 있다. 각시붓꽃은 산중에 살고 제비꽃은 야트막한 산자락 부근에 사는데 제비꽃의 약용에 그만 각시붓꽃을 한소쿠리 따 효소 담은 적 있다.

제비꽃은 식용이 가능하다. 각시붓꽃은 독성이 있어 법제를 하지 않으면 곤란한데….

이 세상에는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 제비꽃의 우주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삶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들 무시해버린다. 하찮은 것들이라고.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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