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이야기' 출간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이야기' 출간
  • 대구신문
  • 승인 2009.07.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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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은 돈을 무담보로 대출해 주는 소액 신용대출 기관이 꽤 많지만,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 은행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미친 짓'이라고 혀를 차는 사람이 많았다.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데는 담보도, 보증도 필요 없다. 대출 조건이라면 '가난해야 한다' 정도이며 여성을 우대한다. 어느 정도 상환율을 유지해야 하는 대출기관으로서는 희한한 조건이다.

26년이 지난 지금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에서 2천500여 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제까지 780만명에게 돈을 빌려줬고 상환율은 97.9%에 달한다. 1993년 이래 계속 흑자 경영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글을 주로 쓰는 작가 데이비드 본스타인의 1996년 처녀작 '그라민 은행 이야기'(갈라파고스 펴냄)는 빈곤층에게 소규모 자영업을 시작할 자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시초이자 최고 성공 사례를 남긴 그라민 은행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라민 은행은 무함마드 유누스의 손에서 시작됐다. 은행 운영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누스의 철학은 '착한 자본주의를 실현하다'라는 이 책의 부제 그대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농촌으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적은 돈을 빌려주는 일을 시작한다.

채무자는 돈을 빌리는 대신 채무자 40명으로 구성되는 모임에 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채무자의 신용을 평가해 돈을 빌려줄지 결정하는 일도 모임의 몫이다. 이들은 서로 끌고 당겨 주며 적정 이자가 불은 원금을 조금씩 갚아 나간다. 이들은 '채무자'나 '고객'이라는 말 대신 '회원'이라고 불린
다.

그라민 은행의 회원들은 대부분 일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었던 가난한 여성이었고, 이들과 그라민 은행은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의 장벽을 함께 넘어 닭을 치거나 나무를 심거나 행상에 나서 자립을 일궈 나갔다.

은행 직원들도 여타 은행 직원들과는 달랐다. 모임을 방문해 상환금을 받는 동시에 채무자들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성장을 거듭하자 그라민 은행은 가족대출, 주택대출, 기계임차대출 등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목적은 회원들이 되도록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실한 취재로 그라민 은행의 탄생부터 책이 쓰인 시점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출간된 지 10년 이상 지난 책을 이제야 번역한 것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라민 은행은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도 순항해 왔으며 이들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김병순 옮김. 총 46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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