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인 2014.08.18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락 시인
시내 한복판 보도블록 위를 걷다가

무심코 구두를 내려다보았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게

신발 밑창과 옆 볼에

검붉은 흙이 잔득 묻어있다



아! 밀양시 단장면 여수리 뒷산

해발 6백 미터 126공구 밀양송전철탑

초고압 765KV 공사장에서

묻혀 온 것이구나



경찰과 주민들 대치하느라

가을비가 슬픈 표정으로 마구 내리던

그 산정의 시골 촌놈 진흙이

내 신발바닥과 주변에 잔득 묻어

이 도시로 외출 나왔구나



좁은 산비탈 속새풀과 구절초 이파리에

두 발의 흙을 쓱쓱 문지르고

산을 내려왔는데

기어코 이놈들이 나를 따라 왔구나

산 속의 주민들처럼

그 순박한 표정으로

그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좇아 왔구나


▷▶김용락. 1958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창비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 등단. 시집 :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등 다수


<해설>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어디 한곳 맛깔스러운 비유법은 거의 없어도 참 편안하게 읽혀지는 것은 문장 전체가 커다란 비유로 묘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적 묘사가 이만치 아름다운 시를 낳는다. -제왕국-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