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 보도블록 위를 걷다가
무심코 구두를 내려다보았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게
신발 밑창과 옆 볼에
검붉은 흙이 잔득 묻어있다
아! 밀양시 단장면 여수리 뒷산
해발 6백 미터 126공구 밀양송전철탑
초고압 765KV 공사장에서
묻혀 온 것이구나
경찰과 주민들 대치하느라
가을비가 슬픈 표정으로 마구 내리던
그 산정의 시골 촌놈 진흙이
내 신발바닥과 주변에 잔득 묻어
이 도시로 외출 나왔구나
좁은 산비탈 속새풀과 구절초 이파리에
두 발의 흙을 쓱쓱 문지르고
산을 내려왔는데
기어코 이놈들이 나를 따라 왔구나
산 속의 주민들처럼
그 순박한 표정으로
그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좇아 왔구나
▷▶김용락. 1958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창비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 등단. 시집 :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등 다수
<해설>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어디 한곳 맛깔스러운 비유법은 거의 없어도 참 편안하게 읽혀지는 것은 문장 전체가 커다란 비유로 묘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적 묘사가 이만치 아름다운 시를 낳는다. -제왕국-
무심코 구두를 내려다보았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게
신발 밑창과 옆 볼에
검붉은 흙이 잔득 묻어있다
아! 밀양시 단장면 여수리 뒷산
해발 6백 미터 126공구 밀양송전철탑
초고압 765KV 공사장에서
묻혀 온 것이구나
경찰과 주민들 대치하느라
가을비가 슬픈 표정으로 마구 내리던
그 산정의 시골 촌놈 진흙이
내 신발바닥과 주변에 잔득 묻어
이 도시로 외출 나왔구나
좁은 산비탈 속새풀과 구절초 이파리에
두 발의 흙을 쓱쓱 문지르고
산을 내려왔는데
기어코 이놈들이 나를 따라 왔구나
산 속의 주민들처럼
그 순박한 표정으로
그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좇아 왔구나
▷▶김용락. 1958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창비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 등단. 시집 :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등 다수
<해설>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어디 한곳 맛깔스러운 비유법은 거의 없어도 참 편안하게 읽혀지는 것은 문장 전체가 커다란 비유로 묘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적 묘사가 이만치 아름다운 시를 낳는다.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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