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뭇가지에 서설(瑞雪)이 녹자
저 언덕 위에 오르는 나른한 아지렁이
당신의 뒷모습처럼 반쯤 기울어
빈 들에 잠기네요
오늘 내 삶의 무게만큼 견디다
오금박힌 지친 두 무릎으로 다가가면
아둔한 눈과 귀가 열려
번뇌로 찌든 사연
가만히 놓고 가지요
미혹(迷惑)한 나에게 환희의 믿음 준
당신의 정한 품속이거나
온전한 사랑으로 이끈 햇볕 하나와
와글거리는 세태(世態)를 벗어나
오로지 싱그러운 봄 바람을 맞이하듯
질곡의 저편에서
『문학예술』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현재 부산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시의 제재는 `나를 일깨우는/ 당신’에 있다. 이 시는 평이 하면서도 구체적인 자신의 체험이 담긴 탄력 있는 시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시가 현실적 체험과 구체적인 실재로부터 유리된 추상과 관념의 세계를 영위하고 있지만 이 시에 서의 화자는 절대자로부터 `아둔한 눈과 귀가 열려/ 번뇌로 찌든 사연/ 가만히 놓고 가지요’라며 그 절대자에 대한 환희와 온전한 사랑을 시를 통해 명료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 시는 3련 17행 중 마지막 두 해에 시의 주체가 요약되고 있다. `나를 일깨우는’ 당신이 있어 삶이 아름답습니다.` 시의 표제가된 마지막 행이다.
이일기(시인. 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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