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목(牌木)
패목(牌木)
  • 승인 2014.08.20 21: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령 시인
나무는

아버지 무덤가에 있다

어찌 보면 여윈 팔뚝 같고

어찌 보면 미처 수습 못한

파묘 속 정강이 뼈 같은 나무의 가지는

궁벽한 몰골의 동질감을 내세워

아버지와 내통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오래 내통하다

한 계절을 빌려 몸짓으로 오는 나무 꽃은

나에게 한 번도 들킨 적 없는 아버지 울음 같아서

명치가 꽉 막히고, 불 꽃 같아서

심장이 데이고 급기야 곤죽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나도 그 붉은 배롱나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아무에게도 들킨 적 없는 내 울음을

아래로, 아래로 흘러 보내

아버지에게로 간다

▷▶김은령. 경북 고령 출생. 1998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으로 통조림, 차경 등이 있음.

<해설> 참 선선한 정감으로 다가온다.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화자의 저 속 깊고 애달픈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게다가 패목인 배롱나무조차 함께한 시간만큼 정이 깊어져 아버지 울음으로 환치되어 살아나는 전경으로 비추어져서니 명치 막히고 가슴 데이고 급기야는 곤죽이 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제왕국-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