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지방정부의 정치혁신
민선 6기 지방정부의 정치혁신
  • 승인 2014.08.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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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부산대학교
연구교수, 지방분권운동대경본부 정책위원
6·4 지방선거 이후 탄생한 민선6기 지방자치단체들이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자체마다 내걸고 있는 정책의제가 다르지만 공통의제를 꼽으라면 안전, 혁신, 경제 정도가 될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 커진 시민의 생명과 생활에 관한 안전, 시민참여 활성화를 통한 지자체 행정혁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이 핵심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안전과 경제가 지자체혁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혁신의 성공여부가 안전 및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혁신과 관련, 보다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 지자체도 있다. 야당과의 연정(聯政, 연립정부)을 과감하게 시도한 경기도와 제주도이다. 두 단체장이 여권내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점 때문에 개혁적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물론 있다.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실망의 소리도 들린다. 연정을 지속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안정성의 확보, 야당에 대한 실질적 권한부여 등 후속조치들이 이뤄지는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치의 불통과 대립구도를 지역에서부터 해소해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파격행보가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에서는 왜 보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지역색’이 강한 대구와 부산에서 보기 드물게 여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이 지난 6.4 지방선거다. 두 지역 모두 예외 없이 여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당선자들은“야당 후보를 지지한 시민의 뜻도 시정에 담아내겠다”고 공언했었다.

호혜성, 신뢰, 규범 등의‘사회적 자본’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20여년간의 이탈리아 지방자치 연구 결과‘비록 사회적 자본역량이 축적되어 있지 않는 지역이라도 적절한 제도의 활용에 따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서의 성취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 지방자치가 도입된 뒤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지역의 정치문화가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탈리아 정치는 오랫동안 중앙정당의 폐쇄적 당파성 때문에 이념적 양극화가 심했지만 지방자치 이후 이념적 대립은 협력으로, 추상적 도그마는 실용적 경영으로 변화했다. 지방자치의 도입은 새로운 정치의 방식, 즉 관용과 실용성과 합리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정치방식을 길러냈다고 퍼트남 교수는 강조한다.

한국사회의 첨예한 이념대립 역시 일반 시민들이 아닌 국가권력을 둘러싼 중앙의 정치엘리트들 사이의 이념갈등 때문에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공천권을 쥔 중앙정치인이 지역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방자치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단체장들이 지역경제 살리기를 외치지만 지역경제도 보수와 진보논리에 묶여 있을 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진보는‘큰 정부’와 강력한 규제, 반기업적 입장을 고수하고 보수는‘작은 정부’와 규제완화 확대, 친기업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지역경제는 좌우이념을 뛰어넘는 접근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중소기업 위기와 영세자영업자 몰락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만 보더라도 그렇다. 선진국에서 협동조합의 성공은 이데올로기와 이론이 아닌, 현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세계를 흑과 백으로 구분하지 않고 더욱 세분화되고 협상가능한 영역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정치, 이념적 독단을 넘어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지역정치, 중앙정치의 주도권이 아닌 지역차원의 구조개혁을 통해 사회통합을 먼저 실천하는 지방자치를 민선 6기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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