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내다버린 화분 속의 나무가
싱싱한 푸른 모습으로 잎을 달고 피어날 때
이젠 정말 끝났다고
떠나온 옛집 귀퉁이에 처박아 버린 느티나무 분재가
생각도 못할 아름다운 수형으로 푸르른 고개를 내밀 때
잡초 헤치고 화분 들어 올리는 경이의 내 눈을 비추는
찬란한 바람 한 소절
진정 내다 버릴 것은
섣부른 판단과 경솔한 포기의식이라고 새잎이 찰랑거릴 때
너무 쉽게 내다버린 인연과
너무 쉽게 잊어버린 사랑에 대해 사죄의 연서를 쓴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그 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먼 어느 날의 한 사람 그 사람 생각
▷▶이해리. 1954년 대구 출생.
2003년 평사리문학대상 등단.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감잎에 쓰다’ 등
<해설> 죽었다고 내다 버린 나무는 싱싱하게 가지 키워 찬란한 바람 한 소절을 드러내는데, 젊은 날 너무 쉽게 버린 인연과 사랑은 쉬이 돌아올 수 없다는 안타까운 회상이 진솔하게 깔려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버릴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섣부른 판단과 경솔한 포기인데도 사람들은 쉬이 빛나는 경이를 함부로 취급한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