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을 위하여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을 위하여
  • 승인 2014.08.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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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 극작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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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토요일, 지역의 민간 소극장을 찾았다. 지역의 스트리트 댄서 이삼십대 십 여명이 모여서 만든 넌버벌 퍼포먼스 ‘클리어(Clear)’ 공연을 관람했다. 프로듀서, 작, 연출, 그리고 출연까지 그들 스스로 만든 작품으로서 일종의 쇼 케이스(show case) 형식의 공연이었다.

내용은 갈등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찾아와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통해 갈등과 상처를 깨끗이 치료해주는 ‘마음의 청소부’들을 다룬 이야기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는 삼십대 스트리트 댄서들은, 일종의 일 세대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중고등학생으로서 길거리나 건물 주변에서 껄렁거리며 몸을 뒤틀던 문제아(?)였던 것이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끼리끼리 모여서 건들거리며 춤을 추고, 랩과 힙합을 뱉어내며, 당시 유행하던 느슨한 힙합 바지를 질질 끌고 다녔던 것이다. 그 중 몇 명은 일반 대학에 갔으나 춤에 빠져 살았고, 누구는 실용무용을 선택하여 춤만을 생각하며 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대학의 전공과 관계없이 그들은 그들끼리 모여 몸을 흔들고, 춤을 추었으며, 그런 결과로 국내 대회 혹은 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였다. 새로운 대구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들이 모여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상업적 성공을 꿈꾸며 쇼 케이스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스트리트 댄스만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에 연극 등 여타 공연예술적 요소들을 융합시켰고, 특히 영상 맵핑 테크닉을 결합시켜 공연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켰다.

비록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작품으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장차 만들어질 작품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최근 지역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공연물보다 신선하고 재미있었으며, 특히 진정한 땀의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거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고, 지역의 선배, 선생, 그리고 지자체는 어떻게 그들을 도와 지역의 대표적 공연물로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그렇고, 또 작품 제작과 유통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물론 인적 측면도 해당된다.

그러나 지난 시절의 유사한 사례들을 비춰보자면, 근본적으로 그들을 위한 정책 방안이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자칫 몇 푼의 지원금이 오히려 그들을 병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그것은 기성의 예술가들이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성공한 예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단기적 효과에만 머물거나 혹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데에만 기여한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적 시스템, 혹은 개인적 사례가 실패한 예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우리의 관심을 멈출 수는 없다. 개인적 관심과 응원은 물론, 현실적인 지원이 뒤따를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원이 물적인 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과 다양한 방식의 후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여기까지 준비하고 갖춰온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선배와 선생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는 청년예술가들이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에 쉽지 않은 지역이다. 보수적인 문화풍토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도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의 변방화가 가장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어느 지역보다 많은 예술계 대학 졸업생들이 지역 문화에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가지 형태로 단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쟁도 많고, 경쟁이 많다보면 그 만큼 피로도와 불만도 많이 쌓이게 된다. 그리하여 지역에 불만을 품은 채 청년들은 떠나고, 지역은 기존의 예술가들만 남아 자기들만의 아성을 쌓게 된다. 그러 결과, 지역 문화계는 더욱 보수화되고, 더욱 강화된 문화적 보수성이 또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을 떠나게 한다. 결과적으로 퇴행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지역의 새바람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예술가들이 지역 후배나 제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바꾸어야 하며,

또 제도적 지원의 틀이 기존 예술가들만이 아닌, 청년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나 형식이 생기기 전이라도, 과감하게 내 것을 포기하여 후배와 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결심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를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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