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 정책과 지역경제
내수 활성화 정책과 지역경제
  • 승인 2014.08.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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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철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조사부장
천병철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조사부장
우리 경제가 제조업과 수출 의존형에서 벗어나 서비스업과 내수가 함께 성장을 이끄는 ‘쌍발 엔진형’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중심의 투자 정책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몇 가지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연평균 10%에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면서 사실상 국가경제를 견인하였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은 선진국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었지만, 금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되어 내년도에는 약 7.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은 40%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과 더불어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출 중심 성장방식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수출 의존형 국가의 경우 국내 경기가 국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년 2분기 중 유로지역 경제는 지난 1분기 대비 ‘0’% 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유로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이 0.2% 감소한 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 독일의 마이너스 성장에는 다른 요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수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가 경제가 국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저임금에 기반을 둔 신흥경제국의 부상이나 통상마찰 등으로 국내에서는 수출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부단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 사례에서와 같이 국내 일부 사업장의 해외 이전은 불가피하다.

그 밖에도 환율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하여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수출기업은 환차손으로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이처럼 원화 절상으로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면 수출중심의 성장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또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압력이 심해질 수 있다. 과거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경우에도 그랬듯이 최근에는 IMF나 EU 등과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까지 나서서 독일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나 투자 또는 소비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여타 국가들로부터 상품 수입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도 서비스 중심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 할 점은 ‘내수 중시 경제’란 단순히 수출비중을 줄이고 내수비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수출 및 제조업에 대해서는 투자와 지원을 지속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점차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정책에 대응하여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과거 섬유산업 퇴조로 위축된 제조업은 현재로서는 전자산업이나 자동차 부품산업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여도가 낮아 지역경제 전체로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전자제품이나 완성차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부품업체의 해외 이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지역경제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역사회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사업장 이전 시기를 연기할 수는 있겠지만 큰 흐름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인체의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이 경제는 발전할수록 성장세 둔화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식이 요법이나 운동을 통해 노화 속도를 늦추듯이 경제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세 둔화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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