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전 8월 29일의 치욕과 절통을 기억하자
104년전 8월 29일의 치욕과 절통을 기억하자
  • 승인 2014.08.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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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대구지방보훈청장
경술년 추팔월 이십구일은 / 조국의 운명이 떠난 날이니//가슴을 치면서 통곡하여라 / 갈수록 종 설움 더욱 아프다

‘국치추념가’ 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다. 가사 앞부분의 ‘추팔월 이십구일’이 다가오고 있다.

1910년 8월 29일 서울의 아침은 겉으로는 조용했을 것이다. ‘한국 병합에 관한 조약’은 이미 일주일 전에 체결되어 공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은 예비검속과 거리에 완전무장한 경찰과 헌병을 배치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남산 밑에 자리한 통감부에 군복 차림의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나타나 행복증진과 동양평화를 약속하며 조약을 정식 발표했다. ‘제1조 한국의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 또는 영구히 일본 황제폐하에게 넘겨준다’로 시작되는 총 8개항의 조약이 공포되면서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백성들은 졸지에 나라를 잃어버렸고 그 치욕을 참을 수 없어 자결한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8월 29일은 망국민에게 부끄럽지만 반드시 상기해야 하는 국치일이 되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미국 등 한국인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든 이 날을 기념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3·1절 다음으로 큰 기념일이었다. 기념식을 거행하며 앞서 말한 ‘국치추념가’를 부르며 울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이 날 나라를 빼앗긴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아예 식사를 걸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합법적인 기념식은 불가능했지만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국치일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일본 경찰은 8·29를 전후한 시기만 되면 아연 긴장하고 경계를 강화해야 했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일제는 헌병 순사를 총동원해 순찰을 강화했으며 공연히 행인 수십 명을 격문 살포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8월 15일, 우리에게는 광복절이지만 일본에게는 패전일이다. 그 날 일본 각료와 국회의원들은 반성 대신 전쟁 범죄자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주변국의 눈총을 의식해 직접 참배하지는 못했지만 공물을 보내 참배의 뜻을 밝혔다. 역대 일본 총리들이 했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사과나,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는 하지 않고 전몰자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오늘날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전몰자는 1급 전범을 포함한 전쟁 범죄자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패전’이라는 말 대신 ‘종전’이라 표현하며 여전히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야스쿠니 전범들을 미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강제연행의 증거는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또 초등학생부터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교육을 시키겠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거슬러 100여 년 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술국치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경술국치가 무엇인지, 한일합병조약이 왜 부당한지, 위안부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경술국치는 그저 100여 년 전 옛일이 아니다. 한일관계 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똑바로 보고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지난 5월 대구시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방 조례를 제정했다. 광복절에 기쁨의 태극기를 게양했다면 경술국치일에는 우리의 가장 비참하고 가장 절통한 날을 뼈 속 깊이 새기며 조기를 게양하자. 100년 전 만주에서 나라 잃은 설움에 우리 선조들이 목놓아 불렸던 ‘국치추념가’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때니 / 아픔과 슬픔을 항상 머금고//복수의 총칼을 굳게 잡고서 / 지옥의 쇠문을 깨틀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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