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리고 대구미술, 풍요 속 빈곤
한국 그리고 대구미술, 풍요 속 빈곤
  • 승인 2014.10.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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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주 현대미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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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주 현대미술연구소 연구원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여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지원하는 대형 전시들이 여기 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9월과 10월에 진행되고 있는 전시만 해도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등이 있으며 비엔날레와 연계된 특별전 및 각 지역의 미술관이나 센터에서 야심찬 전시들이 풍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형전시들 앞에서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미술계는 괴로운 비명들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올해 대구미술관에서는 인사 문제가 불거져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계약 해지된 학예사들에 대한 해명 요구과정에서 상처만을 남겼다.

부산비엔날레의 경우는 감독선임 단계부터 파행이 행해졌다.

전시감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심사를 통해 1순위로 뽑힌 감독과의 합의 사항 없이 운영위원장의 의지로 2순위였던 프랑스 기획자를 공동감독으로 제안한 것이었다.

이에 1순위로 뽑힌 기획자가 그 제안을 거절했고, 2순위인 프랑스 기획자가 단독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부산지역 예술인들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독선적인 문화행정에 대해 규탄하며 문화연대를 결성하여 부산비엔날레를 보이콧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였다.

대구와 부산의 스캔들에 이어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할 작가의 그림이 현직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광주시 공무원들이 작품 수정을 요구하면서 미술작품 ‘검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미술계가 겪고 있는 파행적인 문화행정이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행적인 행정은 미술인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서 이루어 지기도 하지만, 비공개라는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

그간에 지역 미술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겠지만, 소통방식이나 관심의 차이가 컸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기에 스스로 포기하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푸념만하고 단념해 오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 대구미술계는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대구시가 진행하고 있는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독선적 행보 탓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민은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명백한 당위성도 없고, 진행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에 대한 해명 역시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다.

미술관의 컨텐츠가 오로지 작가의 선택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 역시 의혹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시간을 끌고 또 작가의 기자회견을 가졌음에도 미술관 건립 찬반론으로 양분화되어 의혹만 키우고 있다. 대구미술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오히려 의혹을 확대해 대구미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화예술이 경쟁력이라는 시대에 행정과 시민 그리고 작가 모두는 개인이나 소속된 단체가 지향하는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대구미술의 미래에 커다란 빚을 지는 것이다.

성숙한 미술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만큼 명명백백한 과정이 전제되어야 목적지를 잊어 버리고 분열과 표류에서 벗어나 목표를 향해 항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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