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문제로 엄마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정체성 위기를 겪는 이주 아동들을 볼 때면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나 마음이 아프다는 재일동포 2세 이현정(26) 씨.
서울교육대학의 이중언어 교수요원 연수 대상자로 선발돼 올 3월부터 6개월 기간의 교육을 받아온 그는 15∼17일 횡성 숲체원에서 다문화 가정 아동 및 이중언어 교수 요원을 대상으로 열린 ‘2009 한국문화 체험 캠프’ 행사 참석 중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나의 정체성 위기 극복기’와 ‘이주 아동 교육에 대한 소회’등을 털어놨다.
초등학교 시절 ‘리 시즈까(炫靜)’ 대신 본명으로 불리길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인 취급 받는 게 싫어 일본 이름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등 상반된 감정 속에서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가정에서는 일본말을 못하는 어머니와 소통이 안 되고 학교에서도 외국인으로 간주될세라 언행에 극도로 신경쓰면서 콤플렉스 등 다중의 고통에 시달린 그는 후쿠시마(福島)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세상’에서 살고 싶어 다인종 국가인 미국으로 떠났다. 미네소타 사립고교를 거쳐 뉴욕의 약학대학 중 명문인 세인트 존스(성요한)대학 약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적성에 맞는 미술학과(그래픽 디자인 전공)로 옮겼다. 미국에서 8년간 체류한 그는 정체성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작년 9월 한국으로 왔다. 일종의 ‘뿌리 탐사’ 여행이다.
일본내 가족으로는 부산 출신의 어머니(60)와 결혼한 언니(나고야 거주), 미혼인 오빠(도쿄 거주)가 있으며 같은 고향 출신인 아버지는 5년 전 작고했다. 그가 어린 시절 수없이 ‘정체성’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현해탄(한국행)이 아닌 태평양(도미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외국인 취급을 당하지 않아도 될 ’인종 전시장‘(미국)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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