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진입 어렵고
얽히고 설킨 전선 방치
화재경계지구 포함 안돼
안전점검 사각지대 놓여
가게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골목길에는 현대화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채 검은 천으로 가림막이 처져있었다.
시장 건물 안에는 수십 개의 가게가 폭 2m채 되지 않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었다.
가게에서 내놓은 진열 상품으로 길은 더 비좁아졌다. 어른 3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좁은데다 소화기는 구역마다 2개씩 있지만, 건물 계단 깊숙한 곳에 있었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
불이 나면 가게마다 옷, 비닐 등의 가연성 물질이 많고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지만, 상인들은 화재에 무감각했다.
건어물을 파는 한 상인은 “소화기 사용 방법은 모르지만, 시장에 큰 불이 난 적이 없어서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남구 봉덕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음식을 만드는 가게마다 대부분 LPG통이 가게 밖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가스통 옆에 불을 피워놓고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눈에 자주 띄었다. 전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시장 건물의 천장과 벽 이곳저곳에 엉켜있었다. 60대 상인은 “가스통 밸브를 사용할 때만 열고, 잠그고 해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화재 등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곳곳에 ‘관리되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매년 한 번씩 특별소방조사를 받는 ‘화재경계지구’에도 대부분의 전통 시장은 지정돼있지 않아 사실상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대구에는 모두 136개 전통 시장이 있다. 시장은 50개 이상의 가게가 모여 있고, 시장 전체가 면적 1천㎡ 이상의 규모가 되면 전통시장으로 지정된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화재경계지구는 목조 건물이나 공장, 석유화학 등이 밀집된 지역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큰 곳으로 시장 지구로는 서문시장·교동시장·남문시장·북문시장 등 4곳만이 1970년대부터 지정돼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거나 시장 인근에 물을 끌어올 수 없는 등의 취약한 환경 조건에 따라서 결정하게 된다. 앞으로 지구를 추가로 확대 지정할 계획은 없다.
화재경계지구는 내달 초 겨울철을 화재 예방과 대비를 위해 소방 점검을 받는다.
이 외 전통시장들은 각 관할 소방서로부터 상인회와 번영회원을 모아 소방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 참석률이 저조한 상태다.
한 옷가게 주인(여·53)은 “장사하는 사람들은 손 놓고 교육장 가기가 쉽지 않다. 가게 봐줄 사람도 없어서…”라고 말했다.
한국소방안전협회의 ‘전통시장 화재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에서 대구·경북의 25곳 시장을 점검해본 결과, 스프링클러는 4곳(16%)만 설치해놨으며, 비상벨·단독경보형 감기지·휴대용 조명등 등 장치를 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또 각 점포 수마다 가지고 있는 소화기도 29%에 그쳤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과 교수는 “대부분 전통시장은 가연물, 가스통, 전선 노후 등 화재에 치명적인 곳”이라며 “기본적인 시장 내 화재 예방 설비를 갖추고 지속적인 안전 점검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화재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큰 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