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지천으로 피는 것 같다만
과연 어디에 꽃은 피는가
저 하늘의 별들이
눈길을 주는 곳에
꽃은 피고,
지난겨울
매섭게 서릿발 치던 곳에
꽃은 핀다.
어느 외로운 이 홀로 찾아와
남몰래 눈물 떨구고 간 자리에
꽃은 피고,
꽃이 피면 어둠도 환해지는
그런 곳에 수줍게 수줍게
꽃은 핀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시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시문학상 수상. 시집 `까치 소리’,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 `하느님 전상서’ 등이 있으며, 산문집 `배꼽 밑 이야기’ 등이 있다.
남재만 시인의 `꽃은 어디에 피는가’라는 시에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난세에 인물이 나듯 수난의 시절과 지상에 꽃은 피어나는가 싶다. 다시 말하면 모진 겨울을 이긴 나무만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시인은 `매섭게 서릿발 치던 곳에 / 꽃은 핀다’고 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꽃은 아름다움을 넘어 `별들이 눈길을 주는 곳’에서만 피는 신선함과 어둠과 슬픔을 쓸어내고 지우면서도 겸허의 수줍음까지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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