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백발 예술가 ‘추억 여행’
두 백발 예술가 ‘추억 여행’
  • 김기원
  • 승인 2014.11.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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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화백·장원식 선생
50여년만에 경북여고서 백합예술제 참여·작품 찬조
후배 교사·제자들과 소통
이화백과장원식
경북여고 ‘2014 백합예술제’에 전시된 이경희 화백의 작품 앞에서 이 화백(오른쪽)과 사진가 장원식 선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9일에 열린 8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북여자고등학교(이하 경북여고)의 백합예술제 개막식에 백발의 두 예술가가 발랄한 여고생들 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름답거나, 아프거나, 행복하거나, 불행한 인연들이 쉼 없이 이어지는 긴 인생의 터널에서 경북여고는 두 예술가에게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함께 했던 행복한 인연의 장소였고, 이날 두 노인의 만년에 넘친 미소는 추억의 더듬이를 50년 전으로 되돌리며 맛보는 회환의 파편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1957~62년까지 경북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서양화가 이경희(90) 화백과 60년에 부임해 66년까지 근무하고 76년에 교감으로 재부임한 사진가 장원식(84) 선생이다. 이 화백은 경북여고에서 미술교사로, 장 선생은 지리교사로 제직하며 사진반을 담당했다. 이 둘은 60년대 초반에 경북여고에 근무했던 교사들 중 마지막 생존자들이다. 이경희 화백은 천재화가 이인성 선생의 계보를 잇는 수채화 분야의 날카로운 지성이다. 독학으로 출발해 중등학교 미술교사를 거쳐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 선생 사후 ‘수채화도시 대구’의 명성을 지켜왔다.

1925년 대구에서 태어난 약목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9년부터 5년간 일본 상업학교에서 유학했다. 1946년 경상북도 중등교원 양성소 미술과를 졸업하고 1947년부터 대구공업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대구상고, 경북여고, 국립대구사범, 대구공고, 대구고 등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하는 한편, 영남대학, 효성여대 등 10여개의 대학에서 강사로 후배들을 지도했다.

1970년 미술교사를 퇴임하고 전업 작가로 왕성하게 작업을 펼치다 개인 사정으로 92년부터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왔다. 지난해 3월에 열렸던 대구문화예술회 원로화가초대전을 계기로 다양한 전시와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앙상 장원식 선생은 1931년 대구 서구 비산1동에서 태어났다. 광복 직후부터 사진기와 인연을 맺었고, 1962년 대구사우회 회원이 된다. 60년대 초 경북여고 교사 시절 대구의 일상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청송·영덕·김천 교육장을 거쳐 97년 구미여중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 75년 대구사우회 회장을 거쳐 2006년 대구사진대전 추천작가가 된다. 96년 동아쇼핑 제1회 사진전을 시작, 현재까지 모두 5권의 사진집을 ‘징심유관’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이 화백과 장 선생의 ‘2014 백합예술제는’ 참여는 경북여고가 ‘꿈을 향하여 끼를 마음껏 펼쳐라’의 슬로건 아래 경북여고 선후배들과 전현직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세대 간의 어울림의 장으로 마련한 취지에 따라 성사됐다.

21일까지 열린 이번 백합예술제에 장 선생은 1960년대 당시의 경북여고 교정과 기록사진을, 이경희 화백은 수채화 작품을 이번 예술제에 찬조 출품했다.

이 화백은 “백합예술제에 참여하니 예전 생각도 나고 뜻깊은 시간”이라고 밝히고, 장 선생은 “이 화백과는 동촌유원지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경주 불국사도 함께 다녔는데, 그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지난해 다시 연락이 됐는데 의미있는 행사에 함께 하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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