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와 과학적 사실
영화 인터스텔라와 과학적 사실
  • 승인 2014.11.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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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문 한국폴리텍대학 섬유패션캠퍼스 하이테크소재과 교수
진채문 한국폴리텍대학 섬유패션캠퍼스 하이테크소재과 교수
수년 전 인셉션(Inception)이라는 영화로 관객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며 즐거움을 선사했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Jonathan James Nolan) 감독이 새로 만든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지구에서 더 이상 인류의 생존이 불가해지면서 토성 부근에 열린 웜홀(worm hole)을 통해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을 탐사하고 중력 방정식을 풀어 중력을 조절하여 탐사한 행성 중 적절한 곳에 인류를 이주시킨다는 줄거리로 상대성이론(relativity theory), 중력(gravity), 웜홀, 블랙홀(black hole) 등의 단어가 관람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 영화를 과학적으로 다시 이해해보자. 우선 이 영화는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Proxima Centauri)이 지구에서 4광년이 넘게 떨어져 있으므로 다른 행성에 도달하려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선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도달할 경우 우주선의 질량이 무한대에 이르게 되어 빛의 속도에 도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또한, 우주선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우주선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상대적으로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한대에 가까운 긴 시간이 흐르게 되어 우주선이 인류가 멸종된 후에나 목표에 도달하게 되므로 빛의 속도로 행성을 탐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영화에서는 토성 주변의 웜홀을 통해 우주 탐사선을 인류가 생존 가능한 외계행성에 보내는 것으로 되어있다. 웜홀은 무한대의 중력을 갖는 블랙홀과 그에 대한 상대적 개념인 화이트홀(white hole)을 연결하는 통로로 이를 이용하면 우주공간의 먼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웜홀은 과일에 뚫린 벌레 구멍을 뜻하는데 중심을 연결하는 벌레 구멍을 통해서 반대 지점의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양자역학적으로 그 존재가 설명되기도 하지만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이후 화이트홀과 마찬가지로 그 존재가 부정되는 추세이고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불과 수십 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는 불안정한 존재로 보고 있어서 이를 통한 여행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이 영화의 중요한 설정인 중력 방정식을 풀어 중력을 조절해서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고 중력을 이용해 통신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 내에서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뉴턴(Sir. Isaac Newton)의 중력 법칙이 잘 들어맞고 이 식에 적용되는 중력상수값(gravitational constant)도 변하지 않으므로 별도의 방정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중력 법칙도 우주선이 블랙홀이나 웜홀을 통과할 때 부피는 0이 되고 질량과 밀도는 무한대가 되는 등 물리적 값이 의미를 잃게 되어 물리적 법칙이 적용되지 못하는 특이점(singularity)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 영화에서 중력방정식을 푼다는 것은 이러한 특이점에 적용되는 방정식이라는 의미로 보이며 주인공이 블랙홀 내에서 딸에게 전송해주는 것은 이때의 중력상수값인 것으로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인간이 조절된 중력에 적응할 수 있는 지도 문제지만 보이저(Voyager) 계획이나 이번 로제타(Rosetta) 혜성탐사선 계획에서처럼 경로 내의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도를 얻는 등의 방법은 가능하겠지만, 중력 방정식을 세운다고 인간이 실험하듯 그 변수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중력을 조절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의 왜곡으로 해석되고 양자역학에서는 질량이 없는 중력자의 매개 작용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중력이 우주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전달되는 데는 이동 시간이 걸리지 않고 즉시 전달된다. 그런 점에서 광년 단위의 거리에서 중력을 이용해 통신한다는 설정은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그러나 블랙홀 내에서 주인공인 아버지가 과거의 어린 딸에게 신호를 전달해 준다는 것도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설령 신호를 중력에 실어 보내더라도 시간 지연 없이 동시에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 과거로의 교신은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우주선이 토성을 향해 가면서 본 지구가 위에서 본 팽이처럼 돌아가는 장면이나 웜홀이 구형으로 그려진 장면,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장면, 주인공이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블랙홀에 부드럽게 들어가는 장면, 블랙홀에서 돌아오는 장면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가 지구의 자전축과 대략 수직방향의 평면에 있고 영화의 설명과는 달리 웜홀은 2차원에서 원으로 보이지 않으며 블랙홀은 애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real black)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때 물체가 그 중력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서면 다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과학적인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감독의 천재성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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