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의 보편적 복지
삼세판의 보편적 복지
  • 승인 2014.1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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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쌍규 드림케어 지식충전소 대표사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3이란 숫자를 유난히 좋아한다. 내기를 할 때도 삼세판이 기본. 상대가 잘못해도 세 번은 참아준다. 옛날부터 3은 길수(吉數) 또는 신성수(神聖數)라 하여 최상의 수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정책도 ‘삼세판의 정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판은 ‘초년의 무상보육’, 두판은 ‘청년의 무상교육’, 세판은 ‘말년의 무상의료’로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무상복지 부담이 국가재정이나 지자체 재정상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국가발전 전략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한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허덕이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깊어지고 있을 때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불평등 심화의 구조적 재앙의 짐’을 지울 수는 없다. ‘보편적 복지’의 전면적 확대를 위한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반값등록금의 ‘5대 무상복지’는 전 국민들이 생애주기속에 인간으로서 최소한 균등의 기회를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공공서비스이다.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은 교육복지이고,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노인과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 배려의 공공 서비스이다.

여권에서 주장하는 선별적 복지는 갈등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중산층을 복지의 수혜에서 구조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진전을 더욱 더 가로막을 수 있다. 복지수혜는 없으면서 복지비용의 부담만 강요한다면, 어떤 중산층 국민이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산층은 세금만 내는 국민의 호구가 아니다.

둘째, 지난 10년의 보수정권은 ‘작은 정부’의 기조 하에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에 부정적이었으며, 오히려 필요한 규제마저 철폐하거나 완화하고 말았다. 국가의 재정적 능력을 키워서 복지국가로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세를 강행함으로써 국가의 재정능력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의 비중 9%, 주요 복지국가들의 25-30%에 비해서는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락하게 만들었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이미 1970년에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이 15%에 달했으나, 지금 우리나라 수준은 유럽 복지국가들이 40-50년 전에 실현했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수준의 복지체계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복지의 과잉’이 아니라, 복지비용보다 갈등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복지의 빈곤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셋째, 문제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재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 실현의 증세정책을 지금부터 추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법인세와 소득세의 누진적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 법인세율 25.5%에 비해 1.3% 포인트 낮으나, 비과세 감면 등의 혜택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16.8%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의 22-24%대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환원하고, 재벌·대기업에 적용되는 특혜성 비과세 감면을 폐지하여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고소득자의 현재 최고구간의 세율 38%보다 높은 45%의 세율도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담뱃값 인상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것은 서민에게 부담이 큰 간접세에 해당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위해 우리사회가 감내해야 할 ‘미래의 생존적 비용’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최소한 연간 30조∼40조 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되는 대선공약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이후 지금까지 ‘증세 없는 복지’ 주장만을 반복해왔다. 지금부터 정부·여당은 박대통령이 내세웠던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에 필요한 정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중단의 그림자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권은 어느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도 ‘참 나쁜 정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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