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왜 세우는가
솟대, 왜 세우는가
  • 승인 2014.12.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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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쌩쌩 불어오는 뒷바람이 매우 차갑습니다.

이 무렵 마을 앞 솟대 위에 앉은 나무새들에게도 매서운 바람은 여지없이 파고들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새들은 의연히 북쪽을 바라보며 기어코 버틸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솟대를 세우고, 왜 그 위에 새를 앉혔을까요?

솟대는 알다시피 나무로 만든 새를 장대 위에 앉혀 수호신으로 믿는 상징물입니다. 돌로 새를 만들어 돌기둥 위에 앉히기도 하였지만 일반적으로는 나무장대 위에 나무새를 앉혔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부터 솟대를 세웠습니다. 옛 중국 송(宋)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마을마다 장대를 높이 세워 함부로 건들지 못하게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어, 솟대를 세우는 풍습이 고려 때에 매우 성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훨씬 이전인 삼한시대(三韓時代)에 이미 솟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한전(韓傳)에 따르면 ‘소도(蘇塗)’라는 신성한 지역이 있었는데, 이곳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설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잡아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그것입니다.

소도의 상징인 ‘솟대’는 ‘솔대’, ‘소줏대’ 등과 함께 쓰인 말로, 여기의 ‘소’는 ‘길게’ 또는 ‘곧게 뻗은’이라는 의미이고 ‘대’는 ‘간(竿)’이므로, 소도는 입간(立竿) 또는 신간(神竿)의 뜻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뒤 소도로 굳어진 데에는 고간(高竿)의 몽고어 발음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솟대의 기능을 서너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개인의 가정에서 기도를 드릴 때에 임시로 세우는 기도처, 마을의 입구에 세워 신성한 곳임을 표시하고 경계하게 하는 ‘거릿대’나 ‘수살목(木)’, 벼슬에 오른 사람이 자기 마을 앞이나 산소 근처 등 연고지에 세우는 화주(華柱) 등이 그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경우에라도 솟대 위에는 새를 앉혀두고 있습니다.

장대 위의 나무새는 오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방에서는 까마귀나 기러기, 갈매기, 따오기, 까치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거기에는 다 그 나름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매라고 보는 경우는 매를 이용하여 사냥을 많이 하는 곳일 경우일 것입니다.

오리로 보는 경우는 오리의 다산성에 주목하여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오리는 알을 많이 낳아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먹을 것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리는 물과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농사에 필요한 물을 풍족하게 구하고 싶은 바램도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우목(祈雨木)이기도 한 솟대 위에 오리를 앉힘으로써 하늘로부터 쉽게 비를 불러오고, 동시에 화마(火魔)로부터는 마을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솟대를 북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 안에서 나타나는 세계나무(World Tree)와 물새의 결합으로 보기도 합니다.

세계나무는 이 세상을 버티고 있는 커다란 나무로 이 땅을 지탱해준다는 상징적인 나무입니다. 그리하여 무덤 속 벽화에는 테두리 겸 아래 위를 나타내는 나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솟대의 새는 오리이거나 다른 새이거나 간에 하늘을 떠받히는 나무 위에 앉아 하늘과 지상의 인간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메신저로 해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장대는 하늘과의 통신을 위한 안테나가 될 것입니다.

결국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의 기원, 그리고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는 기능과 바램에 의해 탄생된 것입니다.

사람의 기원은 이처럼 간절합니다. 간절한 삶은 결국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것입니다.

그러나 술수와 부정이 있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간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겨울 솟대 위에서 간절히 하늘의 뜻을 전하고 있는 나무새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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