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ing & Being’이라는 부제에서 ‘Seeing’은 옵아트의 시각적 착시를 연상시키는 정미옥의 가시적인 선에 수식된다. 그녀의 선들은 ‘동일한 패턴의 반복 속에 내재된 차이’에 대한 시각화다. 작가의 최근작들은 판화 기법의 평면 작업에 몰두해온 예전과 달리 붓으로 그린 특색을 보인다. 그는 이전의 작업에서 스크린프린트 기법을 이용해 하나의 판에 여러 번 찍는 대신 명도의 차이를 주어 몇 개의 판에 다르게 찍어 낸 후 이를 중첩시켜 하나이면서도 같지 않은 여러 개의 이야기로 만들어왔다. 그의 최근작들은 붓으로 그리는 페인팅 기법을 모색하면서도 동일한 패턴의 반복 속에 내재된 차이는 그대로 따른다. 그 속내는 반복의 연속인 우리의 삶이지만 어느 누구도 결코 같을 수 없는 차이를 내재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 ‘Accumulation’은 ‘축적’이라는 제목의 뜻 그대로 축적된 선들의 반복을 통해 일정거리 안에서의 분절이 빚어내는 시각적 변주와 그 속에 내재화된 차이를 드러내면서 어느 지점에 이르러 우리의 주변의 풍경과 오늘날의 도시공간과 오버랩된다.
언젠가 삭막한 도심의 시멘트 바닥 틈 사이로 싹을 틔운 들풀을 발견한 작가는 생명을 향한 한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은 삼라만상에 대한 애린(愛隣)을 새삼 발견하고 생명을 노래하는 ‘순간’으로 각인됐다. 그의 작품의 제목이었던 ‘일 획’, ‘한 호흡’, ‘찰나’, ‘순간’ 등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행위에 수반된 시간적 개념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호흡 - 1초’ 작품 역시 획이 내포한 찰나의 순간성에 주목하며 1초라는 시간적 개념을 행위의 조건으로 설정한다. 그의 작업은 수묵화에서 필획이 가지고 있는 유연한 행위성에 ‘초’ 단위의 분절된 시간적 개념을 개입시켜, 붓질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체의 사고 개입을 허용치 않는 긴박한 상황과 한정된 시공간에 밀도 있게 몰입한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 053)766-937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