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땅콩회항 사건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 승인 2014.12.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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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여·40)이 지난 12월 5일 미국뉴욕 발 인천행 대한항공 KE 086기 1등 실에 탑승하여 승무원이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째 준다고 승무원과 사무장의 무릎을 꿇리고 욕설과 삿대질을 하며 활주로로 이동 중인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하는 등 출발을 지연시킨 소위 ‘땅콩회항사건’이 발생하여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재벌의 황제경영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들끓고 있으며 외신들이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하여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해외동포들이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사자와 대한항공의 임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증거인멸과 사건은폐에만 바빴으며 감독관청인 국토교통부마저 불성실한 봐주기 조사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처음 ‘조 부사장의 행동이 지나쳤으나 기내서비스를 책임지는 임원으로서 가능한 지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여론이 극도로 악화 된데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조 전부사장을 소환하자 그제 서야 사태수습에 나서 사과를 하고 국교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의 사태는 대한항공 1만 8천명의 임직원 중 아무도 오너일가에게 ‘모든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직언을 할 임직원이 없었고 오히려 약자인 피해자들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자 국적기를 운항하고 있는 재벌기업의 위기대응능력과 도덕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지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몇 해 전에 한화그룹 김 회장의 둘째아들이 가라오케에서 손님으로 온 술집종업원들과 시비가 붙어 얻어맞게 되자 김 회장이 직접 경호원과 조폭들을 데리고 가 사적인 보복을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 그룹은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했고 경찰과 검찰마저 압수수색일정의 공개와 늦장수사에다 재벌 봐주기 식 두둔발언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바가 있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돈과 권력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되어 왔으며 만사의 주도권은 가진 자에게만 있었고 가지지 못 한자 즉 대다수의 약자와 국민들은 항상 이들에게 지배되어왔으며 특히 현대자본주의하에서는 돈의 위력이 국민의 눈치라도 살피는 정치권력을 능가하여 상식도 도덕도 사회적인 기본인식도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해 왔다.

그래도 창업주인 재벌1세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들로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기치아래 기업을 일으켜 조국근대화에 이바지한 공로가 있어 기업경영과 확장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불법사례는 눈감아주는 국민정서가 있기도 했으나 외국유학을 하며 온실 속에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자란 3?4세들의 철없는 행동거지가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대한항공의 창업주 조중훈 회장도 20대 중반에 낡은 트럭한대로 미군부대청소부터 시작하여 오늘의 한진그룹을 이루었고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으로 변변한 비행기 한 대 없는 적자투성이의 항공사를 정부로부터 인수하여 세계유수의 항공회사로 키운데 반해 아들 조양호 회장과 손녀 조현아 전부사장의 처신은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재계자체에서도 한국경제발전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재벌기업들의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과 불도저식 추진력을 대표하는 오너경영은 살려나가되 독단과 안하무인격의 황제경영은 견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이를 실천하고 기업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땅콩회항사건은 언제 어디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그간 황제경영을 해오면서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조양호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며 당사자인 조 전부사장도 마땅히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여타 재벌회사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가진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 무능한 자식에게는 재산은 물려주되 경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고 재벌 3, 4세들도 스스로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대오각성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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