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발전 소고
지방자치발전 소고
  • 승인 2014.1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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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
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난 15일 지방자치단체의 장(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결기관)간의 힘겨루기가 제주도에서 있었다.

제주도의회가 예산 심의과정에서 수정한 2015년 제주도 예산안에 대해 지사의 의견을 묻는 자리에서 상반된 의견으로 티격태격하다가 의장이 발언중인 지사의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선포해 버렸다. 1995년 완전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후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의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지만 증액 시는 단체장의 동의를 받도록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는 자의적으로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을 깎아 삭감 분을 기존사업과 신규 사업에 반영해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의회가 감하고 추가한 예산을 지사가 동의하지 않은데 있었지만 이는 평소 집행부와 의회가 소원했던 것을 확인해 준 것이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쌍방 간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방대한 국가행정을 쪼개어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지역의 특성에 맞는 행정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려는 것이다. 20살의 성년이 된 지방자치가 아직도 제 처신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집권체제가 지방자치의 길을 막고 있다는 말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치제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가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는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지만 지방행정의 실상은 주민서비스에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이 스스로 다스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지방정치로 마구 흘러가고 있다. 정당공천제로 인한 지방자치의 정치화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완전 손상시켰다. 중앙정치인의 하수인이 된 지방선거직은 정치적 존재로 자신을 치장하기에 급급했다. 기초의원이 광역의원이 되고 광역의원이 시장 군수로 시장·군수가 시·도지사·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장이 목표가 되었다. 제주도 지사와 의회의 힘겨루기도 내심은 거기에 있다.

지방자치 정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읽은 정부가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원래 지방자치제의 고향은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주민들이 모여 공동관심사를 논의했다. 주민자치란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정부수립 후 우리나라에서도 읍면단위의 자치제가 실시된 때가 있었다. 지방자치제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것은 현실에 맞는 옷을 입히자는 것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낸 안은 현재의 자치체제를 크게 바꾸려는 것이다. 국민들의 대부분은 특별시나 광역시 같은 대도시에서 구 자치제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기초자치제가 튼튼해야 한다면서 구자치제를 주장하던 학자들도 한걸음 물러서고 있는 추세다. 대도시 행정의 속성상 지역별로 단체장을 뽑고 의원을 선출하여 자치를 한다는 것은 도시행정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들 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예산낭비, 인적구성의 불합리성, 지나친 지방정치화 등이다. 광역시장이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면 당연히 구의회는 없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광역시장의 인사권이 지나치고 임명된 구청장 군수가 선거직처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임명 시 시의회에서 철저한 청문을 거친 후 임명하면 된다. 의회의 권한도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관심과 언론의 워치독이 작동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년간 기초단체장의 자치행정 경험이 바탕이 되어 무조건적 상의하달적 행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환경도 임명제의 타당성을 인정해 준다.

우리사회는 변화무쌍한 경쟁시대에 처해 있고 국민들의 생각도 민주적이고 진취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 국가경영자의 할 몫이다.

첨언한다.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서울특별시는 25개 구청장을 종전대로 구민이 선거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하는데 여기에는 정치적 묘수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서울시장의 인사권 확대를 막자는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이 서울시장이니까 그런 안을 냈다는 것을.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대도시인 광역시의 구청장 군수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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