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동영상 결합
대구의 옛 건물 재해석
3호선 도심풍경 표현
국제시장이 질곡의 현대사를 살아온 ‘개인사’를 다루고 있다면,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한 향촌문화관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나온 ‘건물사’를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주제다. 1950년 6.25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껴안을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향촌문화관은 경제의 꽃인 금융기관에서 문학의 꽃인 문학관으로 변화한 특이한 건물사를 품고 있다. 1912년 선남(鮮南)은행으로 시작해 대구상공은행(大邱商工銀行)과 조선상업은행 대구지점, 한국상업은행 대구지점, 한빛은행 대구지점 등의 역사를 거쳐 현재 향촌문화관으로 새 역사를 시작했다.
향촌문화관의 특별한 전시공간인 기획전시실 ‘Time Frame’은 옛 한국상업은행의 금고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1층과 2층이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이 공간의 각 층에는 철창문으로 분리된 독립공간이 있어 귀중품이나 현금을 보관하던 옛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개관전으로 초대된 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은 과거 은행 금고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Time Frame’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영화 ‘국제시장’이 그렇듯 임창민 역시 이 공간을 ‘시간여행’을 주제로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과거·현재·미래를 환원시키고 있다.
전시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은 영상과 수증기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의 시각경험으로 구성된다. 먼저 1층에는 ‘Into a time frame-train series’라는 제목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품은 마치 인생을 닮은 영화 필름이 지나가듯 차창 밖의 풍경을 아련한 시간 속 기억처럼 스쳐가도록 연출하고 있다.
실내공간을 담은 정사진과 시간성을 담은 동영상이라는 이중매체로 결합된 이 작품은 다른 시·공간이 중첩된 중의적인 ‘시간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1층의 또 다른 전시작인 ‘Time Frame-Blossom’은 지난봄 20여종의 꽃이 만개하는 경이로운 장면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3개월 동안 촬영하고, 수증기 스크린에 투사하고 있다. 시간의 변화와 함께 생성과 사라짐의 신비를 보여준다.
2층을 들어서면 시간과 인생의 무상함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수증기 스크린 막에 투사한 인터뷰 영상인 ‘Meaning of Time’가 관람객을 맞는다.
그리고 2층의 또 따른 작품인 ‘Daegu KT&G’는 1923년 국내 최초로 담배제조공장으로 들어선 대구 연초제조창의 한 동이 철거되는 과정을 한 달 동안 촬영한 약 15만장의 사진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속내는 시간을 담아내던 흔적의 소멸과 그 시간의 소멸에 관계하는 다층적 기억들의 재생이다.
이밖에도 ‘Back to Front’라는 작품은 열차가 직진하는 영상으로 구성된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3호선 지상철에서 촬영된 도심풍경을 이용해 실패와 재시도의 역사적인 시간 흐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한국 현대사로의 여행에 젖었다면, 향촌문화관 ‘임창민’전으로 발길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의 과거로의 여행으로 대구의 현대사와 좀 더 내밀하게 대화할수 있을지 모른다. 전시는 30일까지. 053)661-233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