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러시아 마피야현상: 엘리트와 부패
<기고>러시아 마피야현상: 엘리트와 부패
  • 승인 2009.08.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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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만 (배재대 러시아학과 교수, 한국-시베리아센터 소장)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 자본주의 체제전환도 1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연방 대통령도 옐친(1대, 2대)과 푸틴(3대와 4대)을 거쳐 2008년 5월부터 5대 대통령 메드베데프가 집권하고 있다. 지난 18년간 러시아 주요 엘리트들도 변화를 거치면서 좌절과 나락에 빠지거나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1990년대 옐친 체제하에서 올리가르히(러시아재벌)와 마피야 세력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막대한 부(富)의 축적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을 행사했다. 2000년 푸틴이 취임하면서 실로비키(과거와 현재 권력부서의 근무경험자)를 직간접적으로 러시아 주요 행정 관료에 대거 발탁하면서 실로비키라는 유행어가 회자되면서 새로운 엘리트로 급부상했다.

푸틴은 재중앙집권화 정책과 강력한 질서정책을 통해 올리가르히의 정치 권력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했으며, 푸틴 체제에 반항 혹은 거부하는 올리가르히들을 제거시키고 있다. 푸틴은 옐친 시대와는 달리 올리가리히는 물론 과거 옐친 패밀리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올리가르히의 권력욕을 성공적으로 차단시키고 있다.

그러나 푸틴은 국가자본주의 혹은 관료적 자본주의화로 이끌면서 실로비키들을 대거 정부 요직에 임명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영기업의 이사와 이사장직 겸직을 허용하면서 국가전략산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올리가르히와 달리 실로비키들은 국영재산의 소유권보다 독점적 관리권과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외부문에 매각하지도 않으며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독점적 지위는 경쟁과 효율 면에서 부정적 요소가 있으며, 관료제의 부상은 아래로부터의 시민의식의 결여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야당의 미미한 역할 그리고 부패의 가능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정부 이후 러시아의 부패 규모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08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러시아는 지난해와 같은 등급으로 10점 만점에 2.1점으로 조사대상 180여 개국 중 방글라데시, 케냐, 시리아 등과 같은 143위로 머물렀다. 또한 실로비키와 올리가르히 간의 전쟁 그리고 실로비키 간 혹은 올리가리히 간 전쟁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으며, 그 싸움은 제로 섬 게임(zero-sum-game)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 임기(2000-2008년 5월) 8년 동안 러시아 엘리트의 실세가 실로비키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푸틴은 높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질서체제를 복원시켰다. 실제적으로 푸틴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푸틴 체제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러시아의 야당과 언론매체 그리고 시민단체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2007년 푸틴은 헌법상에 규정된 연속 3선 금지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후계자 선정문제에 심혈을 기울였다.

역설적으로 푸틴은 러시아 내에서 푸틴 체제에 반대하는 계층과 그룹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질서체제를 만들었으나 자신이 등용한 엘리트 간 이해관계의 갈등과 권력투쟁을 조정할 수 있는 0힘은 권력의 내부적 속성상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간과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서 러시아 주도적 엘리트 내부에서 권력투쟁의 양상은 심화되어 나갔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는 달리 차기 대통령 후보는 실로비키의 실세가 아니라 리버럴하며 개혁성향을 지닌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 법학도이며 러시아연방 대통령 행정실과 부총리 그리고 러시아 최대기업인 국영가스회사(Gazprom) 이사장을 역임한 드미티리 메드베데프를 선택했고, 2008년 3월2일에 실시됐던 대통령선거에서 제5대 러시아연방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성공했다.

메데베데프 대통령의 임기 혹은 재임기간 동안 실로비키의 세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새로운 엘리트로서 실로비키의 관료 등용의 길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다. 실로비키의 대타로서 실무형 관료, 즉 테크노크라트가 새로운 엘리트로 출현할지는 전적으로 메데베데프 대통령의 통치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의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고도의 자격을 지닌 새로운 엘리트를 충원하는 1,000명의 강력한 행정관료 그룹, 즉 `메드베데프 리스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리스트는 개혁의 일환으로써 공개적인 엘리트의 충원 과정을 통해 러시아에서 만연되는 정실주의(cronysim)와 관료제의 비능률과 부정부패를 타파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어 이 과정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간 혹은 각각의 추종자들 간의 권력투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법학도들을 등용하면서 실로비키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페테류리스트(Peterburg + Jurist의 합성어)’나 실로비키가 아닌 관료 형 테크노크라트가 실세가 될지는 국내외 변수(글로벌 금융위기, 국제유가 등)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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