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 정신에서 전통시장 뿌리 찾아야”
“보부상 정신에서 전통시장 뿌리 찾아야”
  • 김기원
  • 승인 2015.01.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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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소비자연맹 임경희 회장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을 만나다’ 출간
잊혀져버린 보부상들의 고유의식과 풍속 되살려
후손들에 존재 알리고 전통시장 활성화 도구로
임경희
소비자운동가이자 연구원인 임경희 씨가 조선보부상의 문화와 풍속들을 소개하는 교양서를 출간했다.
조선보부상 연구 결과물을 책으로 출간한 저자는 뜻밖에도 지역의 대표적 소비자운동단체인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을 이끌고 있는 임경희 회장(62)이었다.

소비자운동가로만 알았던 그녀가 1980년대 초부터 이미 영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연구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일해 왔고, ‘130년을 이어 온 우리상인단체 고령상무사’‘한국 민중구술열전5 성송자 1932년 5월 5일생’ 등 7권의 저서를 출간한 이 분야 중견연구자라는 의외의 행보에 잠시 당혹감마저 일었다. 다양한 이력을 보유한 임 회장이 지난 연말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을 만나다’(민속원 펴냄)라는 책을 출간하며 연구자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 책은 경상도 곳곳에 남아있는 조선보부상단의 유품, 상단의 본거지인 상무사 임방, 공적비 등을 일일이 답사하면서 이 지역 보부상단의 역사와 가치, 그들이 남긴 문화와 풍속들을 소개하는 인문교양서다. 연구자로서의 그녀가 조선보부상의 존재에 주목하게 된 것은 1988년 봄 경북 고령군 한 민가에서 문헌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조선보부상단의 ‘공문제(公文祭)’를 직접 보게 되면서 부터이다.

“호마이카 상(床) 위에 대충 차려진 제수(祭需), 평상복 차림으로 모인 제관(祭官)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조선보부상단이 이렇게 쇠락할 수가 있나 싶었지요.”

보부상은 조선시대 전국 5일장을 다니며 행상하던 부상(負商)과 보상(褓商)을 일컫는다. 보부상은 조선사회에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신분질서 속에서 천대받던 계층이었다. 개항이후 정부가 상업의 중요성을 자각하면서부터 변화된 역할과 위상으로 새롭게 등장한다. 대한제국 시기에는 조직원이 80만을 헤아리는 수준으로까지 번창해 일제가 ‘유생(儒生)이란 자와 대조하여 평민사회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단체’로 지목할 정도였다.

사실 조선보부상단의 풍속은 그것 자체가 한국의 상인문화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다양했다.

그들의 의복과 인사법, 엄격한 직업윤리, 총회의식들은 조선보부상단에 고유한, 명실상부한 한국 상인문화의 전범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었으며 50년 전만 해도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는 성대한 총회의식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조선보부상단이 전승했던 이 상인문화는 소설의 소재로만 기록될 뿐 까맣게 잊혀져버렸다. 그들이 몸담았던 전통시장, 심지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 전통시장의 축제에서까지 그들이 가꾸어 온 고유한 의식과 풍속은 사라져 버린 것.

“조선보부상은 명실 공히 오늘날 각 지역 전통시장을 일구어 온 근대 유통업의 뿌리입니다. 그들의 존재와 역할을 도외시하고 오늘날 전통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보부상 하면 김주영의 소설 ‘객주’가 먼저 떠오른다. ‘객주’는 근대 상업자본이 형성되는 과정을 백성의 입장에서 바라 본 소설이다. 객주 이전의 소설들이 왕족이나 양반계층을 중심으로 전개된데 비해 객주는 백성 그것도 보부상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는 조선 민중사에서 보부상이 차지하는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객주와 보부상은 실제로 함께 일합니다. 당시 객주는 보부상을 고용하는 주인(主人)이지요. 이들에게는 보부상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아프면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에는 어쩔 수 없이 소설적 상상과 재미가 덧붙여질 수밖에 없어요. 역사적 사실과는 구분 해야지요”

보부상이란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한국 전통상인의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임 회장은 지역에 남은 조선보부상의 역사와 흔적을 ‘조선보부상과 만나다’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과 만나다’ ‘조선보부상과 즐기다’란 소주제들로 묶어서 사진자료들과 함께 제시한다. 그러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국적불명의 축제가 판치는 지역 시장에 한국 상인문화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린다. 그녀는 말한다. “조선보부상이야말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적격이 아니겠습니까?”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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