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은 ‘제각각’ 품격은 ‘한결’...갤러리 분도 ‘구인전’
개성은 ‘제각각’ 품격은 ‘한결’...갤러리 분도 ‘구인전’
  • 곽동훈
  • 승인 2015.02.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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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품격 겸비 9명 작가
절제와 간결 갖춘 9色 이야기
하용주전시작-Blind
하용주 작 ‘Blind’
오상택 전시작
오상택 작
정용국전시작-WhiteNight
정용국 작 ‘White Night’
이강원전시-물과구름
이강원 작 ‘물과 구름’
갤러리 분도가 22일까지 진행하는 전시회의 제목은 ‘구인전’. 참여 작가는 모두 아홉 명이다. 하지만 이 전시의 ‘구’는 아홉의 ‘구(九)’가 아닌 ‘사람을 구한다’는 그 구(求)다. 제목대로라면 갤러리에서 일할 사람을 전시회를 통해 모집한다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갤러리분도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갤러리에서 구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작가가 아니겠나”라며 반문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좋은 작가는 어떤 작가일까. 윤 아트디렉트는 “우리는 상업화랑이라 시장성 있는 작가를 원한다. 하지만 우선은 예술성이고, 거기다가 품격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그동안 우리는 꾸준히 그런 조건을 갖춘 작가들을 찾았고, 운 좋게도 그런 작가들과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8팀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참여작가는 하용주 정용국 장재철 이강원 오상택 로와정(노윤희, 정현석 부부) 노충현 강석호 등이다.

작가 노충현은 대도시의 거대한 경관 속에 덩그렇게 놓인 장소를 그린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공간이지만, 실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깊숙한 감정을 아련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눈 덮인 겨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강원은 조각을 마치 모노크롬 회화처럼 간결하고 사색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단색추상화를 몽글몽글하게 뭉쳐놓은 것 같은 반복성의 원리가 감지된다. 그래서 약간은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서양화가 장재철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캔버스를 삼차원의 조각처럼 이리저리 변형시켜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절필했다. 그는 빈틈없는 부분과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을 절묘하게 조합해 자신만의 논리성과 심미성을 마치 3.1416으로 시작하는 원주율의 비밀처럼 우아하게 완성(또는 미완성)시켜 나간다.

신표현주의라는 한 시대의 미술 장르를 그의 작품에 끼워 맞춰 설명할 까닭은 없지만, 하용주는 새로운 표현 양식으로 회화를 탐구하는 범주의 작가다. 장지 위에 표현된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는 사실로 표명되는 내용과 사실을 애써 숨기고자 하는 이율배반이 혼재돼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등장하는 붉은 방과 같이, 현실 속에서 현실을 초월하는 장치를 하용주의 그림에서 찾아보는 것도 관람의 재미거리다.

오상택 최근 작품들은 사진을 여러 차례의 수고를 거치며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접근 방법을 취한다. 그는 옷장 속에서 꿈결처럼 휘날리는 원피스는 주체가 빠진 옷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 즉 공허, 페이소스, 에로티즘, 등의 감정들을 가소롭게 여기며 일종의 유미주의를 실현한다.

노윤희, 정현석 부부로 구성된 로와정은 ‘86 days packed’라는 제목의 설치작품으로 만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예술적 층위에서 통하는 허구를 정직함으로 대체한 장난”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장난 속에는 예술에 적용되는 속임수에 대한 은유가 숨어있다.

작품 ‘White Night’은 한국화가 정용국이 담백하게 그린 목탄화 연작이다. 미세하게 흘러내리는 목탄가루를 부여잡은 그의 그림 속에는 일상 속 모습이 가리키는 정용국 개인의 가족애, 피로, 정의 등이 함축돼 있다. 그림은 매우 절제된 표현의 경계 위에 서 있다.

강석호 작가. 그는 한 사람에게 속한 일부 혹은 순간을 눈으로 포착한다. 사소한 찰나의 부분을 돌이킬 수 없이 확정된 그림으로 고정시키는 식이다. 거기에는 선과 악, 반항과 순응 등의 이분법적 시선은 배제된다. 053) 426-561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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